[사설] 툭하면 고장 '168 모노레일', 계속 방치할 건가
레일 균열 등 고장에도 땜질 처방 급급
큰 인명 사고 발생 전 근본 대책 세워야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 운행 중인 모노레일이 불안하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기계적 결함으로 운행 중단이 잦은데 근본적 해결책 없이 땜질식 복구만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2021년 11월 차량 탈선으로 8명의 부상자를 낸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 사고와 같은 인명 사고마저 우려된다. 특히 문제의 초량동 168계단 모노레일은 부산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산복도로 투어를 위해 자주 찾는 곳이어서 관광 도시 부산의 이미지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
168계단 모노레일은 동구청이 2016년 초량동 산복도로에 오르는 168계단 위 60m 길이로 설치했다. 주민 이동 편의를 위한 모노레일은 이후 관광객이 몰려 부산역 관광 명소로 인기다. 그러나 운행 4년째부터 크고 작은 고장으로 운행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2020년 네 차례, 2021년 여섯 차례, 2022년 네 차례 운행이 중단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이미 한 차례 고장으로 운행을 멈췄다. 이는 대부분 레일 균열 등 시설 노후화 때문으로 확인됐지만 그때마다 해당 지점 땜질식 처리만 되풀이 되고 있다. 향후 운행 중단은 더 잦을 수밖에 없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레일 전면 교체와 같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지만 동구청은 안전관리 업무를 운영 업체에 위임했다며 뒷짐이다.
하필 이 업체가 통영 모노레일 설치·운영 업체여서 우려를 더 키운다. 2021년 통영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하부 승차장으로 진입하던 모노레일 차량이 탈선해 5m 높이에서 아래로 추락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탈선 원인을 차량의 ‘기계적 결함’으로 결론 내렸다. 차량과 레일 사이의 베어링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해당 모노레일은 사고 1년여가 지났지만 운행이 중단된 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동구의 모노레일에서도 얼마든지 유사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22년 10월 경남 거제시 계룡산 모노레일에서 불이 나 운행이 중단되는 등 전국적으로도 모노레일 사고가 잇따른다.
전국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모노레일을 도입하지만 대부분 민자 유치거나 설치 업체에 대한 안전 수칙과 허가 요건이 허술해 안전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전국 150개 안팎의 모노레일에서 센서 오작동, 정전, 탈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지만 전문기관 차원의 조사와 집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부산에는 168계단 모노레일 외에도 중구 영주동 산복도로 모노레일이 있고 좌천동에 2개의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이다. 서구는 총 길이 405m 천마산 모노레일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허술한 설치와 관리 시스템으로는 온전히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모노레일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근복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