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카톡 조용한 퇴장법
‘들어 오기는 쉬워도, 나가기는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특정한 집단에 들어갈 때는 자기 마음대로 했지만, 반대로 일을 그만두거나 그 집단을 떠나려 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 자주 인용된다. 만화나 영화 등에서 악당들이 그 구성원을 위협할 때 윽박지르는 말로 잘 나온다.
이 말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상투어인데, 최근 카카오톡의 대화방 퇴장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 발의 소식에 바로 이 말이 떠올랐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주요 내용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나갈 때 ‘00님이 나갔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공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법률안 내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사실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법률의 조문으로 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방에서 나가면 그것으로 그만인데, 굳이 공지 여부까지 법으로 규정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런데 회사 내 단체 대화방에서는 그동안 퇴장 사실의 공지 자체를 매우 부담스럽게 여긴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상사와 여러 선배가 가입한 크고 작은 카톡 대화방에 강제로 초대된 신입 사원들이 특히 고충을 토로한다고 한다. 거의 대화방을 통해 이뤄지는 상사와 선배들이 보내는 각종 업무 지시와 회식 제안이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또 집안 어른들도 포함된 가족 대화방에서는 며느리들도 마찬가지로 대화방을 조용히 빠져나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발의된 법률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가입자의 퇴장 사실을 알리는 공지 문구를 없애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했다.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외의 메신저 앱에서는 이미 도입된 서비스인데, 카톡에서는 지금까지 유료 이용자만 만들 수 있는 대화방에서만 이러한 기능이 가능했다고 한다.
카톡 서비스 제공자가 그동안 대화방에서 조용히 잊히고 싶은 이용자들의 욕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이젠 수시로 울려 대는 대화방 초대가 디지털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확인됐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반작용이 생기는 법이다. 법률안의 최종 통과 여부야 알 수 없지만, 디지털 소통이 촘촘해질수록 이와 조금 떨어져 있으려는 바람도 더 강해질 것이다. 이 또한 과유불급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