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도시브랜드, 디자인으로 완성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나건 부산시 도시브랜드 총괄디자이너

지난해 11월 초 초겨울 서울의 바람이 해운대 바닷바람을 연상시킬 때 부산시로부터 도시브랜드 리뉴얼 작업의 ‘총괄 디자이너’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요청 사항은 첫째, 부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까지 포괄할 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 것. 둘째,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자긍심을 느낄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일 것. 셋째, 2030세계박람회 현지실사단이 방문하기 전까지 최종 디자인을 완성할 것.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생각했다.

도시브랜드 디자인은 하나의 시그니처(심볼+로고) 안에 한 도시가 보유한 모든 무형과 유형의 가치와 더 나아가 미래 비전까지 담아내야 한다. 역사적으로 부산시는 해외 교류의 관문이자 전쟁 중에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최초(?)의 융합도시다. 샌프란시스코 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 맨해튼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한 해운대 마린시티, 인간적 매력과 삶의 활기가 느껴지는 자갈치시장 등 팔색조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자산 및 가능성’이 무한한 도시 또한 부산이다. 이처럼 엄청난 가치를 가진 도시의 브랜드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고 그래서 설렜다. 디자이너로서의 도전정신과 긴장감이 차가운 서울 공기마저 따뜻하게 느끼게 했다.

한국인 유일 세계3대 디자인어워드 중 독일 레드닷(Red Dot: 잘 팔린다는 의미)의 제품디자인과 디자인컨셉 부문 심사위원을 15년째 맡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함께 심사하는 것도 즐겁고 유익하지만, 그 완성은 세계에서 출품하는 6000개 이상의 제품을 한 장소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작동해 볼 수 있는 점에 있다. 레드닷 디자인 심사위원을 하다 보니 최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이번에 부산시 도시브랜드 총괄디자이너를 하고 있다던데, 부산의 새로운 도시브랜드 디자인이 세계적인 레드닷 디자인 심사에 출품된다면 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한다. “당연하죠! 부산시의 새로운 슬로건이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인데, 이에 걸맞은 디자인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답니다.”

지금 부산시 도시브랜드 디자인은 시민 선호도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도시브랜드 전문가들과 부산시민 340만 명을 대표하는 도시브랜드 시민참여단이 한 자리에 모여 100여 분에 걸친 토론회를 벌인 결과 3개의 후보안이 선정됐다. 시민들의 다양한 선호도를 고려해 각 후보 디자인은 콘셉트와 구조를 달리했다. 1안은 부산의 영문 BS를 모티브로 해서 도시브랜드에 3D를 활용했다. 입체적인 디자인과 색상은 그러데이션(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하는 농도의 단계)을 줌으로써 부산의 다양성과 포용, 화합, 더 나아가 미래 기술의 활용방안을 고려하여 시각화했다. 2안은 부산의 국문, 영문을 아이콘화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자유로운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툴로 역할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또 제3안은 부산의 관문도시로서의 위상과 앞으로 나아가는 부산의 이미지를 시민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제 최종 선정만이 남아 있다. 물론 선정만으로 브랜드 디자인 여정이 끝나는 건 아니다. 비로소 새로운 도시브랜드의 서막이 열렸을 뿐이다. 어떤 디자인이 선정되든지, 디자인 후보안 마다 전문가들과 부산시민의 깊은 고민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도시 결정을 앞두고, 세계가 부산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브랜드 디자인에 혁신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더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부산이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훌륭한 팀워크는 가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부산의 도시브랜드 디자인 완성은 시민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화끈한 부산시민들이야말로 가슴 뜨거운 디자이너일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