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모호한 디지털상품거래소, 출발부터 ‘삐걱’
설립 구상안 발표 후 첫 전체회의
의견 차이로 무한 논쟁만 벌여
STO 빼고 비증권형 토큰 취급
업계 “비즈니스 모델 애매” 지적
하반기 출범 계획도 ‘불투명’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이 벽에 부딪히자 부산시가 그 대안으로 디지털상품거래소를 꺼내 들었지만, 이 또한 추진 초기부터 삐걱이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디지털상품거래소 구상안’ 발표 한 달여 만에 첫 전체회의를 가졌지만 구성원 간 의견 차이로 무한논쟁만 벌이다 끝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래소가 취급하겠다는 ‘디지털상품’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추진위는 1월 ‘디지털상품거래소’를 제안하면서 “증권성이 없는 조각투자 토큰을 취급하는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는 일단 연내 설립에 주안점을 두고 당초 다루려했던 가상자산과 증권형 토큰(STO)은 향후 거래소가 안정된 후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당시 추진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상품거래소는 ‘부동산·선박·지적재산권 등 지속적인 가치 상승이 예상되지만 가격이 높아 일반 국민이 투자하기 어려운 상품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토큰화하여 소액의 자금으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이나 지적재산권을 조각투자로 쪼개 토큰을 발행할 경우 해당 토큰은 증권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현재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부동산, 미술품 조각투자 모두 증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나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만들어지더라도 실제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STO는 금융당국에 의해 진입이 불가능해지고 가상자산은 업비트 등 기존 거래소를 이길 수 없으니, 이것저것 피하려다 궁여지책으로 만든 계획이 아니겠느냐”라며 “선박이나 금 등 일부 실물자산의 조각투자만으로 거래소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지금 시의 행태를 보면 ‘어떤 거래소를 만드느냐’보다 ‘일단 거래소를 만들자’가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시와 추진위는 올 하반기에 어떻게든 거래소를 출범시키겠다는 각오다. 김상민 추진위원장은 “STO도 가상자산도 취급하지 않는 만큼 더 이상 자본시장법이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존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에 준해 언제라도 거래소를 출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추진위가 말하는 ‘증권성이 없는 조각투자 토큰’ 역시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비증권형 자산이다. 이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특금법상 가상자산 거래사업자 허가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추진위 측과 고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