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얼마면 될까? 얼마면 돼?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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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젠더데스크

0.7명대인 출생률, OECD국가 최저
막대한 예산 투입했지만 악화 빨라
“더 낳으면 지원금 준다”로는 한계

지원 연령 제한 없애고 현실화 필요
지방불균형 해소·양성평등 필수적
양육 과정 지지하는 분위기 중요

저출생 문제가 대한민국에 가장 큰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월 출생아 수 2만 명 선이 붕괴하였고 1만 명 대로 굳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출생아 수 급감에 사망자 수는 늘어나 인구 자연 증감은 3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2022년 인구 자연 감소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가 놀라는 한국의 합계 출생률 0.7명대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인구 위기는 이제 세계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이다. 옥스포드인구문제연구소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한국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저출생 상황이 해결되지 못하면 경제 성장률이 2020년대 2%에서 2030년대 1.4%, 이후 0.8%를 기록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내놓았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마저 지난해 본인의 SNS에 “한국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33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지며 인구 대부분이 60대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16년간 무려 2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 정부의 해결책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며 사실상 실패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의 저출생 대책은 대부분 둘째, 셋째를 낳으면 축하금과 육아용품을 지원하는 형태였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한 내용이 유아, 유치원생 등 저연령 아동의 돌봄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최근 대책들 역시 핵심은 기존보다 지원 금액을 더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부산 북구청은 올해부터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10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받았다. 얼마 전 모임에서 이 뉴스가 대화 주제로 올라온 적이 있다. 1000만 원을 주면 셋째를 낳겠냐고 물었더니 6명의 참석자 모두 코웃음을 치며 그 힘든 걸(출산과 양육)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입 맞춰 말한다. 인기 드라마의 유명한 대사 “얼마면 될까? 얼마면 돼?” 같이 돈을 더 주겠다는 정책만으로는 심각한 저출생 상황은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어떤 정책들이 필요할까. 한국의 상황을 분석한 외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답에 관한 힌트를 주고 있다.

미국 CNN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해도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아이들의 일생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이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 밥만 주면 알아서 자라고 혼자서 놀거리를 찾는다는 건 옛말이다. 생후 3개월 때 문화센터 유아강좌부터 시작된 아이 뒷바라지가 초등을 넘어 중등,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쯤 되면 밥도 알아서 차려 먹고 엄마가 챙겨줄 게 없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청소년들은 밥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다. 워킹맘들은 학원 중간 시간에 맞춰 음식이 도착할 수 있도록 배달앱 주문 시간을 알람으로 맞추고 있다. 부모의 정보력과 분석력, 준비 상황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는 한국의 입시 제도는 최소 20년 혹은 그 이상을 부모가 아이 한 명에게 올인하게 만든다.

〈뉴욕 타임스〉와 영국 BBC는 “집값 상승이 청년의 주거 문제로 이어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 수도권으로 청년이 몰리고 수도권의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니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서울과 지방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본의 한 언론은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은 출생률이 올라가는데, 한국과 일본은 반대이다. 이는 두 나라의 남녀평등지수가 세계 99위와 116위라는 점이 관련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인구학자들 역시 양성 평등한 분위기와 출생률은 깊은 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스웨덴의 저명한 인구학자 안데르손 교수는 “한국은 일과 가정을 함께 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젠더 평등한 가족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개인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사회가 기꺼이 도와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 양육과 관련해 눈치 보지 말고 직장에서 조퇴하거나 휴가낼 수 있어야 하고, “이제 다 컸는데 아직도 신경써야 하냐”는 식으로 돌봄의 연령을 맘대로 해석하지 말라는 뜻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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