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멸치 생산 급감해도 어민 표정 느긋한 이유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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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대비 30% 준 역대 최저치
기상 이변·고유가로 조업 감소
감척사업에 선단 준 것도 한몫
어민 “물량 적어도 값 올라 좋아”

경남 남해안 멸치잡이 권현망 업계의 지난해 마른멸치 생산량이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권현망 선단 조업 모습. 부산일보DB 경남 남해안 멸치잡이 권현망 업계의 지난해 마른멸치 생산량이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권현망 선단 조업 모습. 부산일보DB

“괜한 욕심에 많이 잡아 헐값에 넘기느니 적게 잡아 제값 받는 게 낫죠.”

지난해 경남 남해안 마른멸치 생산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어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줄어든 양만큼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정부의 감척 사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조합 공판장을 통해 유통된 마른멸치는 740만 9000포(1포 1.5kg)로 전년 931만 8000포 대비 21% 줄었다. 지난 5년 평균과 비교하면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수협 관계자는 “물량만 놓고 보면 10년 내 최악이다. 그 이전을 통틀어도 드물다”고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어획 부진 요인으로 고수온 등 이상 해황과 기상이변 그리고 고유가를 지목한다. 주 조업기인 8~12월 연이은 태풍 북상과 잦은 풍랑주의보 발효로 실제 조업일수가 줄어든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기름값까지 급등하면서 적극적으로 조업에 나서지도 못했다는 설명이다.

KMI 수산업관측센터는 “멸치 자원 자체는 좋았다”면서 “높은 파도 등으로 어군이 많이 퍼져 더 넓은 해역을 돌아다니며 탐색해야 하는데 기름값이 오르며 어군 탐색 활동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권현망은 멸치 떼를 쫓는 어탐선과 그물을 끄는 본선 2척 그리고 가공선 2척 등 최소 5척 이상이 팀을 이뤄 조업하는 탓에 다른 업종에 비해 유류 소비량이 많다. 보통 1개 선단이 매월 500드럼(1드럼 200L) 상당을 사용한다. 세금이 안붙는 면세유를 지원받지만, 1드럼 평균 13만 원 하던 게 1년 사이 30만 원에 육박하면서 출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어민들 처지에선 애가 탈 노릇이지만, 낯빛이 어둡지만은 않다. 부족한 어획량을 가격이 채워주고 있어서다. 작년 수협 평균 위판단가는 포당 1만 1900원이다. 7050원이던 1년 전보다 30% 이상 올랐다. 덕분에 물량 급감에도 매출은 15% 이상 증가했다.


통영시 동호항에 정박된 멸치잡이 권현망 선단. 부산일보DB 통영시 동호항에 정박된 멸치잡이 권현망 선단. 부산일보DB

업계는 꾸준한 감척 사업이 비로소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한다. 감척은 경쟁 조업에 따른 어자원 남획을 막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보상금을 주고 허가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시장 시장 규모에 맞춰 필요한 양만 잡아 적정 가격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경남지역 권현망은 국내산 마른멸치 생산량의 60%를 책임진 국내 최대 생산자다. 하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다. 선원 고령화에다 젊은 층 기피로 일할 사람은 없는데, 인건비는 치솟고 있다. 여기에 바닷모래 채취,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 등으로 조업 구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결국 버티다 못한 선주들은 앞다퉈 감척에 뛰어들었다.

경남지역 권현망 선단은 최근 3년 사이 58개에서 37개로 줄었다. 2020년 5개, 2021년 9개, 지난해 7개 선단 등 총 100척이 넘는 어선이 조업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몸집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가 생각하는 적정 세력은 30개 선단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이 줄면 가격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곤두박질치는 게 현실”이라며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내는 ‘박리다매’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국민 건강에 필수인 먹거리 산업 자체가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며 “감척을 바라는 선단이 여전히 많다. 남은 선단이라도 최소한의 경영 환경을 보장받도록 추가 감척과 함께 정부가 과잉 공급된 물량을 수매하는 등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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