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갈맷길] ③ 낭만 뚜벅이족, 해변열차와 나란히 걷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코스-블루라인 푸른 모래>
평지에 나무 덱길 이어져 걷기 최적
폐선 따라 바다 보며 하이킹하는 느낌
지상 해변열차… 하늘엔 스카이캡슐
잠시 샛길 들어서면 구덕포·청사포

욜로 갈맷길 3코스 ‘블루라인 푸른 모래’는 동해남부선 폐선 철로 옆으로 쭉 이어진 나무 덱길을 걷는 코스여서 10개 코스 중 가장 걷기 편하다. 폐선 철로 위를 달리는 해변 열차와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은 낭만을 전해 준다. 욜로 갈맷길 3코스 ‘블루라인 푸른 모래’는 동해남부선 폐선 철로 옆으로 쭉 이어진 나무 덱길을 걷는 코스여서 10개 코스 중 가장 걷기 편하다. 폐선 철로 위를 달리는 해변 열차와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은 낭만을 전해 준다.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욜로 갈맷길 1, 2코스에 이어 3코스 ‘블루라인 푸른 모래’를 소개한다. 3코스는 욜로 갈맷길 10개 코스 중 가장 걷기 편한 코스다. 길이가 짧고, 대부분 평지에다 나무 덱길이다. 동해남부선 폐선 철로 위를 달리는 해변열차를 보며 걸으면 기차 여행의 낭만이 전해진다. 드문드문 난 샛길로 들어서면 고즈넉하고 그윽한 송정해수욕장과 구덕포, 청사포 등이 반긴다. 밋밋한 덱길만 걷는 단조로움과 싱거움은 금세 사라진다.




욜로 갈맷길 3코스 ‘블루라인 푸른 모래’의 출발점인 옛 송정역사. 옛 송정역사는 노천대합실, 철로·승강장 150m 구간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욜로 갈맷길 3코스 ‘블루라인 푸른 모래’의 출발점인 옛 송정역사. 옛 송정역사는 노천대합실, 철로·승강장 150m 구간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옛 송정역사 앞 철로·승강장 150m 구간. 폐선 철로와 승강장이 걸을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옛 송정역사 앞 철로·승강장 150m 구간. 폐선 철로와 승강장이 걸을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을 지나자마자 동해남부선 폐선 철로 옆으로 쭉 이어지는 나무 덱길이 시작된다. 덱길 왼쪽으로 송정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을 지나자마자 동해남부선 폐선 철로 옆으로 쭉 이어지는 나무 덱길이 시작된다. 덱길 왼쪽으로 송정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역사(驛舍)가 역사(歷史) 된 옛 송정역

욜로 갈맷길 3코스는 옛 송정역~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 간 5.8km 구간이다. 출발점인 옛 송정역까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동해선을 타고 송정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된다. 동해선 송정역에서 해운대로를 따라 송정해수욕장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의 화살표 방향으로 따라가면 폐선 철로가 늘어서 있고, 왼쪽으로 조그맣고 하얀 단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옛 송정역이다. 철로 사이에 서 있는 안내판은 옛 송정역이 ‘국가등록문화재 제302호’라고 설명한다. 옛 송정역은 1940년 12월에 만들어진 목조 단층 기와지붕 건물로, 예스럽고 아담한 정취가 느껴진다. 역사와 노천대합실은 물론 역사 주변 철로와 승강장 150m 구간까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은 새롭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철로와 승강장 역시 개발로 사라져 버렸을지 모른다. 폐선 철로를 조금이나마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옛 송정역사를 지나면 곧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시종착점인 송정정거장이 나온다. 블루라인파크는 폐선된 동해남부선 송정~청사포~미포 4.8km 구간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한 곳이다. 해안 절경을 즐길 수 있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을 운행하고 있다. 해변열차는 송정~구덕포~다릿돌전망대~청사포~달맞이터널~미포 6개 정거장을 오가고, 공중 궤도를 달리는 스카이캡슐은 미포~청사포 구간을 오간다. 욜로 갈맷길 3코스는 블루라인파크 철로 구간 옆으로 쭉 이어진 나무 덱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5.8km 중 덱길 구간이 4.8km로 대부분이다. 이 덱길은 그린레일웨이로 불린다. 동해남부선 폐선 철로와 부지를 도심 산책로로 개발한 것으로,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부터 송정까지 9.8km 구간이다. 안전하게 걷기 좋은 길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안심 관광지에도 이름을 올렸다.

해변열차 송정정거장에서부터는 철로 위를 걷는 것이 불가능(건널목이 있는 일부 구간 제외)하다. 해변열차가 달리기 때문이다. 송정정거장 좌우로 난 철로 옆길로 150~200m 정도 걸으면 철도 건널목이 있고, 이 지점에서 그린레일웨이 덱길이 시작된다. 덱길 왼쪽으로 송정해수욕장이 가까이 보인다. 눈을 돌리면 해변이 펼쳐지고, 백사장 한쪽에는 서핑 보드들이 늘어서 있다. 송정해수욕장은 서핑의 명소로 이름나 있다. 밀려오는 파도와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몸을 싣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유쾌해진다.

송정해수욕장 끝자락인 구덕포에 닿으면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에 걸음을 멈춘다. 기이하게 생긴 갯바위들이 넓게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송정해수욕장 끝자락인 구덕포에 닿으면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에 걸음을 멈춘다. 기이하게 생긴 갯바위들이 넓게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욜로 갈맷길 3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찾은 청사포 전망대. 전망대 옆 바위에 올라 바다를 굽어보니 청사포 다릿돌전망대가 바다 쪽으로 쭉 뻗어 있다. 욜로 갈맷길 3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찾은 청사포 전망대. 전망대 옆 바위에 올라 바다를 굽어보니 청사포 다릿돌전망대가 바다 쪽으로 쭉 뻗어 있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반달 모양의 투명 바닥이 설치돼 있어 내려다보면 스릴이 넘친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반달 모양의 투명 바닥이 설치돼 있어 내려다보면 스릴이 넘친다.
블루라인파크 청사포정거장에서 뻗어 나온 고가 궤도 위로 장난감 같은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스카이캡슐이 오가고 있다. 블루라인파크 청사포정거장에서 뻗어 나온 고가 궤도 위로 장난감 같은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스카이캡슐이 오가고 있다.
고기잡이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소나무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아내의 이야기가 깃든 ‘청사포 당산 망부송’. 수령 300년이 넘은 망부송은 해운대구청이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고기잡이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소나무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아내의 이야기가 깃든 ‘청사포 당산 망부송’. 수령 300년이 넘은 망부송은 해운대구청이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청사포 전망대 오르면 수려한 바다 풍광

덱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송정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 구덕포의 아름다운 바다 경치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덱길에서 구덕포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내려가니, 기이하게 생긴 갯바위들이 넓게 펼쳐지며 장관을 이룬다. 구덕포는 원래 양식업과 멸치 조업을 주로 하던 어촌 포구였지만, 지금은 어촌 기능이 대부분 사라지고 카페와 음식점이 자리를 잡았다. 구덕포 안쪽 길은 막다른 길이기 때문에 다시 덱길로 돌아간다.

블루라인파크 구덕포정거장을 지나자마자 철로 뒤쪽에 야트막한 산을 오르는 나무 덱 계단이 보인다. 계단 옆엔 갈맷길 표지판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면 갈맷길 2-1코스라고 안내한다. 갈맷길 2-1코스와 욜로 갈맷길은 일부 구간이 겹치지만 다르다. 욜로 갈맷길 3코스는 블루라인파크 철로 옆 평평한 덱길이다. 갈맷길 2-1코스에 사진 찍기 명소인 ‘청사포 전망대’가 있어,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워 계단을 오른다. 청사포 전망대는 산길을 5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전망대에 다다르니 잠시 옆길로 잘 샜다 싶다. 전망대 덱과 옆 바위에 올라 청사포 앞바다를 굽어보니 해안 경관이 훌륭하다. 청사포의 명물 ‘다릿돌전망대’도 내려다 보인다.

왔던 길로 돌아가 덱길을 다시 걷는다. 300여m 정도 걸으면 다릿돌전망대가 나온다. 청사포 전망대에서 내려다봤던 그 다릿돌전망대다. 다릿돌전망대는 해수면으로부터 20m 높이에 72.5m의 길이로 바다 쪽으로 뻗어 있다. 명소답게 사람들로 붐빈다. 반달 모양의 투명 바닥이 설치돼 있어 내려다보면 스릴이 넘친다.

다릿돌전망대를 지나 블루라인파크 청사포정거장에 이른다. 청사포정거장은 스카이캡슐의 시종착점이기도 해 규모가 꽤 크다. 청사포정거장 2층에서 고가 궤도가 뻗어져 나오고, 장난감 같은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스카이캡슐이 궤도를 따라 천천히 오간다. 청사포정거장을 지나 만나는 철길 건널목에서 바닷가 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청사포다. 청사포는 원래 ‘푸른 뱀이 나타난 포구’라는 뜻으로 ‘청사포(靑蛇浦)’라 불렸지만, 지명에 ‘뱀 사(蛇)’가 들어가면 좋지 않다고 여겨 ‘모래 사(沙)’로 바뀌었다고 한다. 푸른 뱀이 푸른 모래가 됐다. 욜로 갈맷길 3코스의 이름은 블루라인파크에서 ‘블루라인’, 청사포에서 ‘푸른 모래’를 따왔다.

청사포에는 청사포 표지석 맞은편에 이곳 지명의 유래와 관련 있는 ‘청사포 당산 망부송’이 있다. 고기잡이를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아내가 소나무에 앉아 밤낮없이 기다렸다. 어느 날 아내 앞에 푸른 뱀 한 마리가 나타나 용궁으로 안내했고, 그곳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그 소나무를 ‘망부송’이라고 불렀다. 아내 앞에 나타난 푸른 뱀은 청사포 지명의 유래이기도 하다.

그린레일웨이 덱길에서 몽돌해변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약 200m 길이의 몽돌해변에 수박 만한 몽돌부터 구슬 정도 크기의 몽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몽돌로 쌓은 소원 탑이 곳곳에 보인다. 그린레일웨이 덱길에서 몽돌해변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약 200m 길이의 몽돌해변에 수박 만한 몽돌부터 구슬 정도 크기의 몽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몽돌로 쌓은 소원 탑이 곳곳에 보인다.
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 쪽으로 가는 길에 만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등 장승들. 무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친근하게 느껴진다. 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 쪽으로 가는 길에 만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등 장승들. 무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친근하게 느껴진다.
달맞이터널 위로 스카이캡슐이 지나가고 있다. 달맞이터널은 알록달록한 아치형 기둥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포토존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달맞이터널 위로 스카이캡슐이 지나가고 있다. 달맞이터널은 알록달록한 아치형 기둥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포토존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청사포 몽돌해변에선 ‘차르르 차르르’

청사포 당산 망부송에 들렀다가 다시 덱길로 돌아와 미포 쪽으로 걷는다. 차르르 차르르~. 파도에 밀려 몽돌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청사포 몽돌해변에서 나는 소리다. 덱길에서 몽돌해변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약 200m 길이의 몽돌해변에 수박 만한 몽돌부터 구슬 정도 크기의 몽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미포 쪽으로 걷다가 덱길 옆에 서 있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등 장승 무리들과 휴식 공간인 ‘바다소리 갤러리’를 잇따라 만난다. 바다소리 갤러리는 해안 경계용 옛 군 막사가 시민들의 문화 쉼터로 탈바꿈된 곳이다. 하얀 안내판이 ‘햇살과 파도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잠시 쉬어 가라’며 발길을 이끈다.

달맞이터널은 일제강점기 때 건설된 동해남부선의 터널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알록달록한 아치형 기둥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가 있다. 달맞이터널과 청사포 몽돌해변은 1985년 북한 간첩선이 침투했던 곳으로, 30여 년간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달맞이터널을 지나 욜로 갈맷길 3코스의 종착점인 미포정거장에 닿는다.

걷기 앱을 이용해 측정한 순수한 완보 시간은 2시간 5분, 걸음 수는 1만 3702걸음, 거리는 9.32km다. 청사포 전망대까지 갔다 돌아온 거리와 시간도 포함됐다.

욜로 갈맷길 3코스 ‘블루라인 푸른 모래’의 종착점인 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이 보인다. 욜로 갈맷길 3코스 ‘블루라인 푸른 모래’의 종착점인 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이 보인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