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빅 스텝’ 시사… 한·미 금리 차 ‘사상 최대’ 2%P 우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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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경제지표 예상보다 강세
긴축 기조 재확인·인상론 급부상
연준, 0.5%P 인상 전망 지배적
한은, 금융시장 불안 예의주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일(현지 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일(현지 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시금 ‘강경한 긴축 기조’를 재확인하며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달 동결을 결정했는데, 당장 두 달 안에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질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금 유출 압력 우려에 동결을 기정사실로 했던 시장에 ‘인상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전체적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진행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빅 스텝’(0.5%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새로 공개될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의 올해 금리 전망치도 지난해 12월 당시(5.00∼5.25%·중간값 5.1%)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고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췄다. 물가 경로 등 여러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었다.

동결 결정으로 한·미 기준금리 차는 1.25%P로 22년여 만에 가장 높아진 상태다. 미 연준이 예상대로 다음 달 빅스텝을 밟은 뒤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금리 역전 폭은 1.75%P까지 커진다. 특히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 후, 미 연준이 5월 베이비스텝(0.25%P)에 나설 경우 한미금리차는 2%P에 육박한다.

문제는 한·미 금리차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3거래일 사이 약 2%(1.97%·25.5원)나 뛰어 작년 12월 7일(1321.7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 132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동결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약 1조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인상 폭은 미국과 달리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경기 둔화와 물가 등을 감안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토론회에서 4월 기준금리에 대해 “물가를 우선적으로 보지만, 부수적으로 금융안정과 환율 등도 고려하는데 4월 회의까지 꽤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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