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적거리다 땅값 상승, 겉도는 부산 유적지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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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보상액 급증 사업 표류 악순환
부산시 재정 지원 적극적 역할 해야

2022년 5월 부산 강서구 천성동에 위치한 천성진성의 제5차 발굴조사 현장. 부산일보DB 2022년 5월 부산 강서구 천성동에 위치한 천성진성의 제5차 발굴조사 현장. 부산일보DB

부산 지역의 문화 유적지 복원 사업들이 존폐 기로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유적지 복원 자체가 그 특성상 진척이 쉽지 않은 사업인 데다 해당 부지의 매입 비용이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초창기 토지 보상비로 책정된 담당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는 폭증한 땅값을 감당해 내기엔 어림없는 수준이다. 부산시의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어렵게 시작한 유적지 복원 사업들은 줄줄이 중단될 위기인 것이다. 토지를 매입하지 못해 유적지 복원 사업이 차질을 빚어 온 건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부산시가 복원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는 십수 년에서 수십 년씩 진행 중인 유적지 복원 사업이 적지 않다. 현재 조선시대 동·남해안 수군절도사의 성곽 터인 경상좌수영성지를 비롯해 동래부 동헌, 기장읍성, 천성진성 등 곳곳에서 유적지 복원이 진행 중이다. 경상좌수영성지의 경우 복원 사업이 10년이나 흘렀지만 토지 매입 비중이 전체의 10%에도 못 미칠 만큼 지지부진하다. 당초 책정된 보상비 210억 원으로는 지금 기준으로 계산된 땅값 400억 원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처지는 비슷하다. 동래부 동헌은 2012년 당초 매입 예상 비용보다 현재 50억~60억 원이 더 필요하고, 기장읍성은 24년 새 부지 매입비가 186억 원에서 517억 원으로 폭증했다.

토지 매입은 유적지 복원 사업에서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핵심 열쇠다. 해당 부지의 가격이 상승하면 사업비가 그만큼 더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사업비 상승은 토지 매입에 또 다시 장시간을 소요하게 한다. 사업비 상승과 사업 기간 지연이 서로 얽히면서 장기 표류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 책정된 예산과 현재 폭증한 땅값 사이의 큰 간극을 비교해 볼 때 시비 지원이 없으면 복원 사업의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사업 중단 혹은 사업 포기로 이어질 게 뻔하다. 적정한 예산을 최대한 빨리 투입하는 게 땅값 상승 부담을 줄이고 복원 사업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물론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복원 사업을 지원하기 어려운 부산시의 입장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시는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다. 지금은 과거와 현대를 잇는 유·무형의 다양한 문화가 한 도시의 미래 비전을 밝히는 시대다. 문화는 눈에 보이는 성과라기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 숨어 있는 힘이다. 그래서 여전히 홀대당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참에 부산시가 문화재 보존과 유적지 복원 사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지원하기 힘들다는 말만 하지 말고 문화재 보존과 유적지 복원을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에 놓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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