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한 단계 높였지만, 콘텐츠 차별화는 ‘글쎄’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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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광도시 부산’ 선정 3년

2025년까지 1391억 원 투입
세계적 잡지 ‘최고 여행지’ 선정
외국 전용 패스 등 인프라 구축
세븐브릿지·세븐비치 사업 등
여행 심리 자극 스토리텔링 미흡
지역 색깔 맞춘 주제 발굴 시급

2020년 전국 최초로 선정돼 1391억 원이 투입되는 부산시의 ‘국제관광도시’사업이 올해로 반환점을 돌았다.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인 감천문화마을의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각상(위)과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야경. 부산시 제공 2020년 전국 최초로 선정돼 1391억 원이 투입되는 부산시의 ‘국제관광도시’사업이 올해로 반환점을 돌았다.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인 감천문화마을의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각상(위)과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야경. 부산시 제공

부산이 2020년 전국 최초로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된 후 올해로 반환점을 돌았다. ‘관광 뉴딜’이라 불리는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2025년까지 총 1400여억 원을 투입해 관광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 추진된다. 이를 통해 부산의 인지도가 외국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차별화되는 핵심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국제관광도시 1391억 원 투입

8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0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거점도시 육성’ 사업의 일환인 국제관광도시 사업 대상지로 부산시를 선정했다. 정부는 강력한 경쟁 도시인 인천에 비해 매력적인 관광자원과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부산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업은 당초 국비 500억 원, 시비 500억 원의 1 대 1 매칭사업으로 계획됐지만, 시는 500억 원을 추가해 시비 1000억 원 투입을 약속하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시 관광마이스국 1년 예산이 480억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결국 해당 사업은 69개 사업 1391억 원(국비 482억 원, 시비 909억 원) 규모로 결정됐다. 2020년 기본계획 수립 등 12개 선도사업(106억 원)을 시작으로 현재 본사업(2021~25년)이 진행 중이다. 본사업은 크게 홍보·마케팅, 콘텐츠 등 26개 사업인 ‘핵심사업’(828억 원), 스마트 관광 기반 구축 등 20개 사업인 ‘전략사업’(299억 원), 광역권 공동마케팅 등 11개 사업인 ‘연계사업’(158억 원)으로 구분된다. 시는 이를 통해 ‘2030부산엑스포’ 최종 선정을 위한 인지도 상승은 물론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 세계 최고 여행지 25곳 포함

국제관광도시 사업의 기본방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이를 위해 시설 건립은 지양하고 예산의 70%를 홍보와 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의 경상사업에 붓는다. 지난 3년간 노력으로 인지도 상승 등의 성과는 있다. 세계적인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23년 세계 최고 여행지 25곳’에 부산을 최초로 선정됐다. 국가 대신 도시 단위로 선정된 것은 아시아에서 부산이 유일하다. 일본 대형 여행사 ‘HIS’의 인기 해외 여행지에도 그동안 순위권 밖이던 부산이 4위에 올랐다.

시는 부산만의 색깔을 입힌 관광 브랜드와 슬로건 ‘즐기고, 일하고,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만들었다. 부산의 유료 관광지 30여 곳과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 전용 ‘부산관광패스’도 운영한다.

외국인이 여행하기 좋도록 인프라 구축에도 힘썼다. 관광지 162곳에 공공 와이파이 461대를 설치했으며 외국어가 표기된 관광안내표지판도 16개 구·군에 957개를 설치했다. 을숙도 생태관광사업으로 철새 탐조 전동카트와 공중화장실, 관광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철새를 관측할 수 있는 탐조전망대도 만든다. 시티투어버스 서부산노선(오렌지 라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이다.

■관광객·시민 체감은?

하지만 추진 사업이 선뜻 체감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관광도시 육성 핵심사업인 ‘세븐브릿지 프로젝트’가 꼽힌다. 세븐브릿지는 부산 해안을 잇는 다리 7곳을 랜드마크형 관광상품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시는 세븐브릿지의 주제를 △광안대교-사랑 △부산항대교-미래 △영도대교-시간 △남항대교-미식 △을숙도대교-공존 △신호대교-힐링 △가덕대교-건강 등으로 정하고 교량별 브랜드 이미지(BI)도 만들었다. 더 나아가 부산의 해수욕장 7곳을 포함한 ‘세븐 비치’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도 대부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게다가 광안대교 등 일부를 제외하면 굳이 찾아갈 요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구 시민 권 모(32) 씨는 “부산에 이렇게 다리가 많은 줄 몰랐다. 그렇다고 굳이 7개 다리와 7개 해수욕장을 방문할 만한 콘텐츠나 스토리텔링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광 전문가들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는 실질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영도의 경우 커피를 마시러 가는 사람을 어떻게 체류까지 시킬 것인지 주·야간별로 구체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면서 “‘순천만’ 하면 바로 갈대가 떠오르지만, 부산은 대도시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인지 통일된 관광 주제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관광도시 사업이 관광도시 부산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에 시가 해 오던 사업을 국제관광도시 사업의 틀에 넣어 진행하는 것도 있어 새로운 관광 콘텐츠 발굴·육성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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