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원전도시 부산 될까” 불안…의회 ‘수명연장 중단 요구’ 침묵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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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년

11일 참가자 800여 명 거리 행진
“부산시 고리2호기 연장 막아야”
1호기 정지 땐 시·의회 적극 동참
최근엔 반대 표명 없이 ‘검토’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12주년을 맞아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물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1일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영구 핵폐기장 건립·오염수 방류 반대 시민대회를 갖고 서면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정대현 기자 jhyun@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12주년을 맞아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물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1일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영구 핵폐기장 건립·오염수 방류 반대 시민대회를 갖고 서면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정대현 기자 jhyun@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여파로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올해로 12주년을 맞았다. 원전 사고를 우려하는 시민들은 고리2호기 수명 연장(계속운전) 중단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등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반대하지만, 고리1호기 폐쇄 당시와 달리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반대 의견조차 내지 않아 안전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 고리1호기 영구정지 당시 부산에는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고리1호기 폐쇄 범시민운동본부’가 결성됐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120여 개 단체가 모인 범시민운동본부는 같은 해 3월 부산역에서 고리1호기 폐쇄 시민대회를 열고 100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당시 시와 시의회도 범시민운동본부 활동에 적극 동참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제시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 입장문 전달 등을 통해 정부에 고리1호기 폐쇄를 요구했다. 시의회도 2014년 9월 원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범시민 결의대회 개최를 주도했다. 그 결과 2015년 6월 산자부가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한수원에 권고하면서 고리1호기는 2017년 이후 작동을 멈췄다.

지난달 21일 150여 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이하 범시민운동본부)’가 발족하면서 원전 수명 연장 반대 운동이 본격화됐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시는 지난해 11월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삼자 협의체 구성을 건의했을 뿐 고리2호기 수명연장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의회도 원전특별위원회 구성과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건식저장시설 설치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 달라는 범시민운동본부의 요구에도 “관련 상임위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만 보였다. 지난달 울산시의회가 관련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과 달리 시의회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서야 시의회는 “오는 17일 반대 결의문을 상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오후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시민대행진’ 행사를 개최했다. 대전, 충남, 광주, 울산 등 전국에서 모인 행사 참여자 800명은 ‘기억하라 후쿠시마’ ‘방사능 싫어’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고리2호기 수명 연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12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원전 반경 40km 이내에 살던 주민 70%가량이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무단으로 방류하려 해 원전 피해는 멈추지 않고 확대 중”이라면서 “기후위기로 인한 잦은 지진 발생 등 핵발전의 위험이 더 커지는 만큼 부산시가 앞장서서 노후원전 수명 연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숙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정부 조사에서 원전 인근 지역에 대규모 지진 활성단층이 5개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렇게 중대사고 위험성은 점점 커진다. 언제까지 시민이 핵발전소에 포위된 채 위험한 삶을 살아야 하느냐”면서 “고리1호기 폐쇄를 가능하게 했던 부산시민이 힘을 합친다면 그 저력으로 고리2호기도 충분히 폐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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