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VB 파산… 국내 금융 불확실성 커지나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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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향 제한적” 분석 속 촉각
미 스타트업 부실·파산 가능성
연준 기준금리 결정 변수 될 듯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연합뉴스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권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자금 흐름 악화로 파산했다. 미국 중견규모 은행의 파산이 국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이 아직 우세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글로벌 금융긴축 상황에서 우리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은 12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지난 10일(현지시각) 발생한 SVB 사태를 점검했다. 회의 후 기재부는 대외메시지를 내고 “SVB 유동성 위기가 은행 폐쇄로 확산돼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참석자들은 “아직까지는 이번 사태가 미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적 금융긴축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등에 대한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우리 경제의 부작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0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SVB가 파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 SVB 총자산은 2090억 달러(276조 원)였다.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가운데 역대 2위 규모다. 1983년 설립된 SVB는 미국에 17개 지점을 두고 스타트업·기술기업과 주로 거래한 은행이다. 미국에서 금리가 빠른 시일에 오르자 스타트업 등의 돈줄이 마르면서 예금이 줄었다. 이에 은행은 매도가능증권을 매각했는데 18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발표가 나왔다. 예금 인출이 가속화되자 미국 감독당국은 바로 은행을 폐쇄시켰다.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도 일부 SVB와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들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울러 SVB는 중국, 덴마크, 독일 등 각국에 진출해 영업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22일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빅스텝’(한 번에 0.50%P 올리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인상이 은행 파산의 원인이 됐던 만큼 연준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연준에 금리인상을 제한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면은 우리에게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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