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어려운 퇴행성 관절, 진행 최대한 늦춰야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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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관절염의 증상과 치료

'아덴만 작전 영웅' 석해균 선장
당시 총상 후유증으로 증상 악화
통증 심하고 보행조차 힘들어져
최근 부산 고려병원서 수술 성공
노화 관계없이 젊은 나이도 발병
초기 약물·운동 치료, 자세 교정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 고려해야
수술 후 다리 교정·보행 편해져

총상으로 인한 골관절염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석해균 선장이 집도의 김인환 원장과 재활치료실을 나서고 있다. 아래는 김인환 원장의 수술 장면. 부산고려병원 제공 총상으로 인한 골관절염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석해균 선장이 집도의 김인환 원장과 재활치료실을 나서고 있다. 아래는 김인환 원장의 수술 장면. 부산고려병원 제공

2011년 1월 15일 오전 7시 48분경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에 있는 아덴만 인근 해역. 이곳을 지나던 삼호주얼리호에 해적이 들이닥쳤다. 석해균(당시 57세) 선장을 포함해 21명의 선원은 7일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죽음을 넘나드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선장은 기지를 발휘해 선박 엔진을 일부러 고장내고 해군 청해부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1월 21일 새벽 아덴만 여명작전이 시작됐고 링스헬기를 동원한 전투 끝에 선원과 선박을 모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해적들은 선장이 고의로 배를 고장낸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교전 중에 선장에게 총격을 가했다. 선장은 복부 관통상을 비롯해 오른쪽 무릎 위 대퇴부, 왼쪽 고관절 등에 총상을 입었다. 또 한 발은 가슴을 감싸고 있던 왼팔 뼈의 정중앙에 맞으면서 뼈가 분쇄됐다. 다행히 심장은 피할 수 있었다. 몇천만 분의 1의 확률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외상에 의한 골관절염

사고 해역에서 가까운 오만에서 응급수술을 마친 석 선장은 다시 국내로 이송됐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에어 앰뷸런스(한 번 띄우는 데 4억 원가량 비용 발생)를 띄운 덕분에 선장은 국내에서 다시 2차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복부와 팔, 다리 등 세 파트로 나눠서 진행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총알 6발을 맞은 선장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재활치료를 마치고 마침내 사회로 복귀했다.

그러나 총상에 의한 외상으로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2cm나 짧아 신체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몸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골반도 틀어지고 무릎 연골의 손상이 계속됐다. 더 이상 보행이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선장은 외상에 의한 만성 골관절염이 심해져 보존적 치료가 어렵게 되자 무릎 수술을 결심했다.

부산고려병원 김인환 병원장은 선장의 수술 전 무릎 상태에 대해 “우리 병원에 오기 전에 여러가지 치료를 받았는데 1년 전부터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습니다. 다리가 ‘O자’로 심하게 휘었고 오른쪽 대퇴부가 복합골절되어 어긋난 상태로 붙어 있고 길이가 2cm 줄어 있었습니다. 총알 파편으로 추정되는 미세한 금속물질이 대퇴골 주변에서 발견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진단명은 ‘말기 외상후 골관절염 및 부정유합’. 선장은 지난달 17일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고 보름가량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6일 직접 걸어서 병원에서 퇴원했다.

■다양한 원인과 증상

골관절염은 뼈를 감싸고 있는 관절 연골이 마모되면서 염증이 생겨 통증과 변형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퇴행성 관절염이라고도 부른다.

예전에는 골관절염을 노화 현상의 일부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단순 노화현상과는 관계없이 관절 연골의 변화를 보이는 질환으로 보고 있다. 어려서부터 오랜 기간 관절에 병을 앓으면 골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골관절염이 발병할 수 있다.

골관절염은 특발성과 속발성으로 크게 구분한다. 특발성이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인데, 나이·성별·유전적 요소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에 따른 노화현상과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빈발한다.

속발성 또는 이차성 골관절염은 관절 연골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외상이나 질병, 기형이 원인으로 꼽힌다. 세균성 또는 결핵성 관절염 후에 연골이 손상된 경우, 반복적인 충격이나 심한 외상 후에 발생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관절 동통이다. 관절을 사용하면 통증이 심해지고 쉬면 줄어든다. 춥거나 습할 때 악화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운동장애가 수반되고 관절이 붓거나 물이 차기도 하다. 관절의 변형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나중에는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골관절염은 무릎 관절에서 가장 흔하고 발생하고 고관절이나 발목, 손에 발생하기도 한다.

■골관절염의 치료법

골관절염이 일어나면 원상회복이 안 된다. 현재까지 어떠한 치료 방법으로도 퇴행성 변화가 이미 발생한 관절을 정상으로 복구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하지 않은 골관절염의 경우 운동이나 약물 요법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하여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생활 습관이나 과체중 등 관절염의 악화 요인을 개선함으로써 더 이상 진행을 막아야 한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관절 내시경 수술, 연골재생술(자가 골연골 이식술, 자가 연골 세포배양 이식술), 절골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일상생활이 어렵고, 보존적 치료가 더 이상 효과가 없고, 다리가 휘어서 기형이 진행된 말기 골관절염 환자는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

석 선장은 오른쪽 무릎의 손상이 심해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시행했다. 수술을 받고 보름 정도의 재활치료를 받은 후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짧았던 다리는 조금 길어졌고 휘어졌던 다리는 바르게 되었다. 정신력이 강해 다른 환자에 비해 회복도 빨랐다. 구부렸다 펴는 운동도 가능하며 보행에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

김철 이사장은 “아덴만의 영웅인 석 선장님의 헌신과 용기는 모든 국민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선장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우리 병원에서 선장님에게 평생 의료지원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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