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위기’ 불안에 안전자산 ‘쏠림’… 코스피·코스닥 급락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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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코스피 2.56% 올 최대 하락
금융시장 변동성 당분간 이어져
정부 “사태 예의 주시, 조치할 것”
한국 충격 땐 2금융권 위기설도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 사태의 여파 속에 이날 코스피는 61.63포인트 내린 2348.97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 사태의 여파 속에 이날 코스피는 61.63포인트 내린 2348.97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의 여파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긴급 구제책에도 추가로 시그니처은행까지 무너지며 ‘시스템 위기’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우리나라 증시를 포함해 주요국 증시가 대체로 하락하고, 투자자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도 필요 시 과감한 ‘안정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코스피는 14일 SVB 파산 사태의 여파로 전날보다 61.63포인트(2.56%) 넘게 급락하며 2340대로 추락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24포인트(0.84%) 내린 2390.36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줄곧 낙폭을 키웠고 결국 2348.97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42억 원, 2610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이 홀로 5098억 원을 순매수했으나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특히 SK하이닉스(-3.8%), LG에너지솔루션(-2.66%), LG화학(-1.81%), 삼성SDI(-1.76%) 등의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30.84포인트(3.91%) 떨어진 758.05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42억 원, 261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국내 증시는 SVB 파산에 이어 다른 미국의 지역은행도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난밤 혼조세로 마감한 뉴욕증시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 당국이 고객 예치금 전액 보증과 유동성 부족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을 약속하면서 시장이 다소 안도하는 듯했으나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의 우려는 계속되는 상황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날보다 9.3원 오른 1311.1원에 마감했다.

특히 금융시장은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을 경우 금융권의 불안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CPI가 예상보다 낮으면 단기적으로 3월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겠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SVB 사태 뉴스에 따라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은 수시로 뒤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SVB 사태의 여파를 당분간 예의 주시하며 필요하다면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현시점에서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 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면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점검 체계를 24시간 가동해 국내외 시장 상황과 금융시스템 취약 요인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신속히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에서 SVB 폐쇄 같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이 문제가 될 것이란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SVB가 고위험 벤처기업에 기반한 수익에 집중했던 것처럼 국내 저축은행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PF 대출잔액은 은행권 30조 8000억 원, 비은행권 85조 8000억 원이다. 비은행권이 은행권보다 액수도 크지만 고위험 PF 사업장 대출 비중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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