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내 아들이 살아갈 나라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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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서울지사장

경쟁력은 약화되고, 출생률은 저조
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 양산

3대 개혁 성사 위해 반대세력 만나고
2030엑스포 유치에 기업 적극 동참

경제살리기 동참 않은 정치세력 철퇴
“부모세대 도움으로 풍요” 얘기 들길…

기자에겐 20대 아들이 둘 있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사랑스런 존재다. 하지만 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많다. 우리 부모 세대의 잘못으로 미래세대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넘겨주는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요즘 발표되는 각종 지표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주요국은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내렸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1.8%)보다 0.2%포인트(P) 낮은 1.6%로 제시했다.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228억 달러로 지낸해 연간 적자액(478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인 1인당 약 57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해 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이다. 올해 세계 경제규모 12위인 한국이 27년 뒤인 2050년에는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란 전망이다. 그 대신 골드만삭스는 우리와 비교가 안되는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이집트가 15위권 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저출생·고령화를 우리 경쟁력 하락의 주범으로 꼽았다.

실제로 저출생은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2006년부터 280조 원을 퍼부어 출생률 제고에 공을 들였지만 지난해 합계 출생률은 0.78명에 불과하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저출생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청년세대(만 19~34세)가 출산을 원치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양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57%)이었다. 실제로 지난 7일 발표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지난해 우리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41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을 둘러싼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45%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은 “채용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채용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25%도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이겠다고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은 신입사원보다 경력직을 더 선호했다. 올 대학 졸업자들은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모 세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전국 1만5000 가구를 조사한 결과 19~34세 청년 10명 중 6명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캥거루족’이다.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 부모에게 얹혀 사는 것이다. 이들의 68%는 “부모로부터 독립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일부 조사에선 미혼 청년의 75%만이 “결혼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젠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구성원 전체가 국가 경쟁력 제고에 힘을 합쳐야 한다. 일시적이거나 인기영합적인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실패한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지지율 하락이나 내년 총선 영향력 등에 연연하지 말고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집요하게 국민들을 설득하고, 정치권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3대 개혁의 성공없인 대한민국의 재도약은 불가능하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반대세력을 직접 만나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경제살리기 운동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면서 세일즈 외교에 집중하거나, 균형발전의 핵심인 가덕신공항 완공 시기를 대폭 앞당긴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인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막대한 경제·고용 유발효과가 예상되는 2030월드엑스포는 부산만의 행사가 아니다. 유치하면 좋고, 안해도 되는 행사는 더더욱 아니다. 정부 관계자 못잖게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정주영·이건희·최종현·정몽구·정몽준 등 기업총수들이 각종 국제 행사 유치를 주도한 것처럼 대기업 CEO들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자세 전환이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내세워 터무니없이 몽니를 부리거나 국민의힘이 소수당이란 핑계로 각종 경제법안 처리를 늦춰선 안된다. 경제 살리기 대열에서 이탈하는 세력은 내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여야가 이달 중으로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이는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합의처리키로 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20~30년 후 우리 아들 세대로부터 “부모 세대의 노력으로 우리가 풍요롭게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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