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챗GPT와 해양수산 비즈니스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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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부경대 총장

국내 수산업 대량 생산에 우선순위
품질·어장 악화시키고 부작용 많아
노르웨이는 AI 활용해 효율성 높여
첨단 기술로 생산·관리 혁신할 필요

AI(인공지능)가 우리 일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세계적인 관심을 끈다. 챗GPT는 강화학습을 통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챗봇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산업 혁신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 정부, 지자체 등은 새 비즈니스 모델 정립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챗GPT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AI가 불러일으킨 혁신의 톱니바퀴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지식의 빠른 확산과 시장의 대변화를 만들게 될 것이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AI는 변화를 불러올 게 분명하다. 최근 중국에서 살균제로 세척한 해삼, 전복 등 먹거리 사건이 문제가 됐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주는 정보에 의존해 구매했다. 하지만 앞으로 AI는 생산자들의 비위생적인 생산과 부정행위를 전부 기억해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소비자는 AI가 제시하는 정보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합리적, 윤리적, 가치 중심적 소비를 추구하면서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해양수산 분야도 AI 시대에 맞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수산업은 품질 좋고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기업 내부적으로는 양적 생산을 목표로 한다. 연근해 어업의 경우 연안 및 근해 어선이 어장으로 나가 한 번에 많은 양의 수산물을 어획하고, 빠르게 어항으로 돌아와 이를 양륙하는 사이클에 집중된 구조다. 여전히 국내 수산업은 선망, 저인망, 자망 등 양적 생산이 가능한 어법의 비중이 높다. 이러한 어법들은 그물을 사용한 대량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어획 과정에서 육질이 손상되거나 멍이 들어 상품성이 낮아지게 된다. 양식업 역시 최대한 많은 종묘를 양식장에 투입해 많은 양의 생산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어가들은 항생제, 화학처리제, 불법 시설물 설치, 밀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공격적인 양적 생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 비즈니스 모델은 품질 저하, 어장환경 악화, 질병 발생 증가, 높은 폐사율, 생산성 저하, 비효율적인 생산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향후 AI는 연근해 어업, 양식업의 생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자원관리 측면에서 재생산 가능 어획량을 샘플에 의존하는 자원조사와 추정치 공식에 의해 산정하고, 이를 굳건히 믿고 따른다. 하지만 앞으로 AI는 해양수산 자원의 이용 방식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낼 것이다. 양식업 또한 AI에 의한 불법 밀식 감시체계 구축과 예측 가능한 친환경적 양식 생산 시스템 구축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AI는 비위생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못한 생산방식과 공개되지 않은 많은 관련 문제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양적보다는 질적 생산으로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AI를 활용한 질적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수산물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AI 기반 어획도구인 어류인식 탐지기(Deep Vision)를 개발해 수중에서 어획물을 식별하고 측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혼·남획을 방지하는 기술을 적용 중이다. 이 나라 양식장에서도 어류의 상태와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AI 기반 솔루션이 개발돼 어류 복지를 고려한 친환경적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노르웨이 정부는 해저의 고품질 대구를 생산 시점에서부터 선별해 낚시로 생산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 쿼터 할당 보너스를 분배해 어업인들을 질적 생산으로 이끌고 있다. 어업인은 살아 있는 대구를 연안에 저장하는 방식(대구호텔)을 활용하는데, 이때도 AI 기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대구를 관리하고 출하 시기를 조정한다. 결과적으로 어체 손상이 거의 없고 살아 있는 상태로 생산·관리할 수 있는 고품질 가치사슬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품질 생산·관리 방식은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돼 30~40% 더 높은 가격을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기농, 친환경, 윤리적 생산, 지속가능성, 고품질 수산물에 대한 요구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업 차원의 기술 개발과 첨단 장비 구축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해양수산 분야도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중심의 실질적 산학연 협력을 추진하고, 정부도 실사구시적 지원 체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업이 AI를 활용하는 전략적인 첨단 혁신 비즈니스 모델이 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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