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쪽잠 ‘옛말’… 뉴욕·파리서 일 보고 한숨 푹 자면 부산[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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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이 바뀐다] (5) 시민 삶

인천공항 대기·환승 불편 사라져
‘지구촌 동일생활권’ 일상 큰 변화
국제도시 환경·인프라 향유 혜택
‘도심항공모빌리티 관광’ 인기몰이
거미줄 교통망 ‘부울경’ 더 가깝게

정부가 가덕신공항 개항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남부권 관문공항에 대한 시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로드맵대로 가덕신공항 건설 절차가 진행된다면 실제로 6년 반 뒤인 2029년 12월에는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민 일상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다양한 가상 사례를 중심으로 2029년 개항 시점에 달라질 일상을 소개한다.

■다양해진 중장거리 노선 선택지

회사원 최지은(37·여) 씨는 최근 문을 연 가덕신공항을 통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발리는 지금까지 부산에서 직항 노선이 운항하지 않던 곳이다. 오전 11시 출발편을 타고 4박 5일 동안 지낸 뒤 현지에서 오후 5시에 비행기를 탔다. 과거 항공기 이착륙 금지시간(커퓨 타임)이 적용됐던 김해공항을 이용했을 때처럼, 현지 공항에서 새벽 출발 비행기를 타려고 쪽잠을 자거나 부산에 도착한 새벽시간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받고 수하물을 찾으려고 장시간 대기하는 일은 사라졌다. 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밤 11시가 넘어 가덕신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에서 시내로 연결되는 24시간 운행 급행철도 BuTX를 타고 수영구 센텀시티로 20여분 만에 갈 수 있었다.

출장이 잦은 IT기업 대표 박원규(47) 씨도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인도 기업과 교류가 많은 박 씨는 이번 미국 출장에서는 만찬 일정까지 다 소화한 뒤 기업인이 애용하는 오후 10~11시 항공기를 타고 부산에 오전 4~5시께 도착한다. 만일 김해공항이었다면 박 씨는 인천공항에 내려 환승편을 이용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제 뉴욕,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의 주요 도시와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황금타임인 저녁 시간대 비행기를 타면 가덕신공항에 오전 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다.

■미래형 공항 덕에 관광도시 ‘날개’

지난 30년간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한 이재혁(53) 씨는 곧 열리는 2030부산엑스포 자원봉사를 준비하며 최근 가덕신공항을 둘러보고 왔다. 스마트 탄소중립 시스템을 적용한 미래형 공항인 가덕신공항에서 100여 개 이상의 국제노선이 운항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신공항에 가는 길에 들른 가덕도에어시티(공항복합도시)에는 항공물류센터와 해외 투자기업이 속속 세워져 상전벽해를 실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이준호(33) 씨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덕을 톡톡히 본다. 월드엑스포 개최 도시가 되면서 부산에 바이어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특히 가덕신공항에서 남해안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낙동강하구 을숙도 일대, 엑스포 박람회장인 북항 일대를 연결하는 UAM 관광상품에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경남 일대까지 연계한 관광상품도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핫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외국인이 부산에서 편안하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도 마련돼 글로벌도시의 위상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부울경 교통망, 1시간 이내 공항 연결

두 달간 유럽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온 대학생 정지수(24·여) 씨는 양손 가득 짐을 들었지만 공항에서 경남 창원시의 집까지 굳이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다. 가덕신공항까지 연결된 부산신항선과 부전·마산복선전철을 환승하면 넉넉히 잡아도 1시간 이내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신공항까지 차를 이용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덕신공항은 시내와의 접근성을 강조한 도시형 공항이다. 부산신항 배후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부산 외곽순환도로, 해안순환도로 등을 통해 부울경 전 지역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 국내선 중심인 김해공항에서도 셔틀버스를 타면 15분 안에 가덕신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경남 진주시, 경북 경주시, 전남 광양시 등과의 철도 교통망도 원활히 연결된다.

그동안 관문공항이 없다는 이유로 지역민이 겪었던 불편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매년 수천억 원 수준이다. 부산연구원이 2019년 실시한 ‘동남권 여객의 인천공항 접근비용 실태 및 비용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 이용으로 인한 동남권 이용객의 인천공항 접근비용은 2018년에만 7183억 원에 달했다. 여객 수요 증가에 따라 2030년의 접근비용은 1조 387억 원, 2035년에는 1조 1709억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현우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아직도 가덕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착공 6년 만에 완공하겠다는 국토부의 로드맵을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여론이 있다”며 “시민이 가덕신공항 개항으로 일상에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체감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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