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해저터널 새단장 후 유료화 추진 '갑론을박'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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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문화재’ 볼거리 없어 외면
시, 미디어 문화공간 리모델링
상업화로 새 관광지 변신 도모
민간사업자 215억 들여 현대화
시민도 통행료 징수 방침에 반발
시의회 “역사성 훼손, 재검토를”

통영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집단촌이 형성된 미륵도(봉평동)와 육지(도천동)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됐다. 1927년 5월 착공해 5년여 만인 1932년 12월 완공됐다. 당시 바다 양쪽을 막은 뒤 콘크리트를 쳐 길이 483m, 너비 5m, 높이 3.5m의 터널을 완성했다. 김민진 기자 통영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집단촌이 형성된 미륵도(봉평동)와 육지(도천동)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됐다. 1927년 5월 착공해 5년여 만인 1932년 12월 완공됐다. 당시 바다 양쪽을 막은 뒤 콘크리트를 쳐 길이 483m, 너비 5m, 높이 3.5m의 터널을 완성했다. 김민진 기자

경남 통영시가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는 ‘해저터널 미디어아트 테마파크’를 놓고 지역 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볼거리를 더해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소중한 문화유산을 민간업자 돈벌이 수단으로 내주고 주민에게까지 통행료를 받는 게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통영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집단촌이 형성된 미륵도(봉평동)와 육지(도천동)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됐다. 1927년 5월 착공해 5년여 만인 1932년 12월 개통했다. 당시 바다 양쪽을 막은 뒤 콘크리트를 쳐 길이 483m, 너비 5m, 높이 3.5m의 터널을 완성했다.

초기엔 사람은 물론 차량도 오갈 수 있었지만 노후화로 바닷물이 스며드는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1967년 충무교 개통 후 차량 통행은 금지됐다. 이후 동양 최초, 국내 유일 해저터널로 2005년 등록문화재(제201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볼거리가 없어 관광지로는 외면 받았다. 터널 입구에 걸린 ‘용문달양(龍門達陽, 용문을 거쳐 산양에 도달한다)’이란 멋스러운 글귀와 달리 속은 어둡고 칙칙한 콘크리트 통로만 계속될 뿐이다. 한 차례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밋밋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지식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서 통영을 찾는 관광객 10명 중 8명(79.1%)이 해저터널이 있는지도 몰랐다. 애써 해저터널을 찾은 방문객의 만족도도 크게 떨어졌다. 무려 71%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 중 42%는 ‘매우 불만족’ 의견을 냈다.

통영 해저터널 민자사업 계획도. 통영시 제공 통영 해저터널 민자사업 계획도. 통영시 제공

이에 통영시는 해저터널 안팎을 최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복합 미디어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현대화사업을 기획했다. 2019년 타당성조사 용역을 토대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시는 2021년 민자사업 제안 공고를 내고 적격심사, 제안서 평가를 거쳐 작년 3월 (주)통영해저테마파크를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사업자는 215억 3100만 원(내부시설 146억 2400만 원, 외부시설 69억 700만 원)을 투입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실감 미디어아트 시설로 브랜드화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저터널을 남망산공원 ‘디피랑’처럼 만들어 입장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관람 시간 45분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중무휴 운영한다고 가정할 때 하루 1600명, 연간 57만 6000명이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 8000원을 예상한다. 시와 사업자는 내달 중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고, 5월 실시협약을 체결한 뒤 7월 착공해 내년 5월 준공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사업자 측은 “국내 최고의 미디어 아티스트와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유일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통영 해저터널 민자사업 계획도. 통영시 제공 통영 해저터널 민자사업 계획도. 통영시 제공

하지만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현재 해저터널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하지만 상업 운영에 들어가며 통영시민도 요금을 내야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터널을 오가는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당장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주민은 “관광도 좋지만, 평생 다니던 이 길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나”고 발끈했다. 시는 무료 순환버스를 도입해 주민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미 증폭된 불만을 삭이기엔 역부족이다.

시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윤주 의원은 “해저터널은 통영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문화재다. 민간업자 손에서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이 유지 될지 걱정”이라며 “시민 출입을 막고 민간업자에게 빌려주는 게 지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역 명소로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게 나을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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