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국민 여론 이 지경까지 온 것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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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절차적 하자는 인정·법률은 유효
법적 판단 일단락, 여야 모두 수긍해야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며 작년 9월 시행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검수완박 법률안의 공개 변론이 진행 중인 서울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며 작년 9월 시행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검수완박 법률안의 공개 변론이 진행 중인 서울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며 작년 9월 시행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에서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국민의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났고, 전체 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가결·선포한 법률안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사위의 의결 과정은 절차를 위배했지만, 법률안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헌재의 이번 권한쟁의 심판청구에서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작년 4월 국회 제1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발의했을 당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에서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이 적법하냐는 점이다.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와 나머지 단체의 위원이 각각 3 대 3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민 위원이 위장 탈당해 무소속으로 참여하면서 실질적으론 민주당 우위의 4 대 2 구도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헌재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국회의장이 선포한 법률안 자체의 효력은 문제가 없다고 밝혀 법적 안정성과 정치적 파장을 염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최종판으로 등장해 정권 교체기를 달궜던 검수완박법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다툼은 헌재의 판단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헌재 결정은 단심제이므로, 추가적인 법적 쟁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헌재의 판단은 정치권 모두에 성찰의 과제를 던졌다. 민주당에는 아무리 검수완박법이 절박하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 토론과 다수결의 원칙을 위장 탈당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해 짓밟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과 정부에는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자주 의심받는 비대한 검찰 권력의 견제를 원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는 점이다.

헌재의 결정이 추상같은 일도양단이 아니라 다소 어정쩡한 측면이 있어 여야 모두 만족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도 첨예하게 갈린 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의 손을 들어 준 비겁한 결정”이라 하고, 민주당은 “법을 무효로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법적인 판단이 끝났음에도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어른거리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검수완박을 둘러싼 정쟁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그동안 이로 인한 여론 분열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는지 생각해야 한다. 검수완박 피로감을 더는 국민에게 줘선 안 된다. 이것 말고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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