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 심의·표결권 침해했지만 가결 선포는 유효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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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권한쟁의 심판청구’ 결론

“국힘 토론 기회 제공 안 했다”
국회법상 다수결 원칙 위반
“국회의장 선포행위 문제없어”
검사 수사소추권 침해도 각하
국힘 “궤변” vs 민주 “존중”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된 지 11개월 만에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했다. 반면 법제사법위원장이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하고 검사의 수사·소추권한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23일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다만 국민의힘이 이 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다수 의견은 “청구인들은 모두 본회의에 출석해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다. 실제 출석해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했다”며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 4명은 법사위원장·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쟁의를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봤지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회의 진행으로 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한 침해는 인정했지만, 국회의장의 개정법률 가결 선포 행위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도 5 대 4로 기각됐다.

헌재는 또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헌법에 근거한 권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동훈 법무장관과 검사 6명이 '헌법이 정한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당했다'며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한 장관의 청구에 대해 “수사·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청구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소추권 일부를 국회가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기 때문에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한이 아니라 법률상 권한이므로 입법 권한이 있는 국회로부터 침해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양당이 검수완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쟁점별로 희비가 엇갈린 판단을 받아 든 만큼 헌재의 결정 이후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같다”며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헌재의 결정은 궤변의 극치나 다름없다”며 “거짓말을 했는데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라고 하는 이재명 대표의 판결을 옮겨 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대표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다. 헌재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아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헌법정신에 기인한 결정’이라며 헌재 판결을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헌재의 판결은 헌법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 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독재 정권을 위해 국민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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