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계 맏이’ 대형선망 배 불이 또 꺼졌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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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선망수협 한 선단 감척 선정
2015년 24개서 18개로 축소돼
4년 전 2개 선단 감척 이후 처음
수백 명 일자리 사라져 대책 절실

생산성 저하, 고유가, 자원관리 정책 등으로 인해 대형선망수협의 한 선단이 감척을 신청해 지난달 선정됐다. 지난해 7월 대형선망 배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한 모습. 생산성 저하, 고유가, 자원관리 정책 등으로 인해 대형선망수협의 한 선단이 감척을 신청해 지난달 선정됐다. 지난해 7월 대형선망 배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한 모습.

전국 고등어의 90%가량을 잡는 대형선망수협 선단의 불이 또 하나 꺼졌다.

26일 부산시와 대형선망수협(이하 대형선망)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선망의 한 선단이 해양수산부의 자율감척사업에 선정됐다. 해수부는 폐업 지원금과 어선 매입 지원금, 어선원 생활안정자금 산정을 마치고 올해 말까지 감척사업을 완료할 전망이다.

이번 감척사업 선정으로 수산업계 중 맏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선망의 선단은 19개에서 18개로 줄었다. 다른 한 개 선단도 감척을 신청했다 내부 문제로 마지막에 감척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선망의 한 선단은 고기를 직접 잡는 본선, 불을 밝혀 고기를 모으는 등선 2척, 잡은 고기를 위판장까지 옮기는 운반선 3척 등 6척으로 구성된다.

해수부는 연근해어업의 경쟁력 제고와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2019년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2019~2023)'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매년 근해어선 감척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946억 원을 투입해 12개 업종, 219척을 감척했다.

올해 감척에는 대형선망 2선단(12척), 근해채낚기(3척), 근해연승(9척), 대형트롤(2척), 쌍끌이대형저인망(1척), 동해구중형트롤(1척), 근해통발(8척), 근해자망(3척) 등이 신청했다.

대형선망의 이번 감척은 4년 전 2개 선단이 감척한 이후 첫 감척이다. 2015년만 해도 24개 선단이었는데 올해 18개 선단까지 줄었다.

대형선망 한 선단이 한 해 평균 잡아올리는 생선은 15만~20만t가량이며 금액은 평균 150억~200억 원에 달한다. 한 선단 승선 인원은 평균 70여 명에 달하고, 사무직 직원까지 합하면 100명을 훌쩍 넘긴다. 배후에서 일하는 중도매인, 항운노조원들까지 합하면 한 선단 감척으로 수백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대형선망의 주요 어종인 고등어는 어획량은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상품성이 높은 크기의 고기가 잡히지 않아 선사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중·대형어(350~500g) 고등어 비율은 2020년 27%대였지만 지난해는 16%대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계속되는 생산성 저하, 고유가와 더불어 자원관리 명목의 TAC(총허용어획량)를 꼽는다. 수년 전부터 감척을 하고 있지만 정작 어획량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30년간 감척사업이 이뤄졌지만 최근 5년간 생산량은 90만t 초반대를 웃돌며 100만t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TAC 관리어종은 총 15개로 더 늘었다.

수산업계는 감척만이 답이 아니라 적정 수준으로 어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지금 상황이라면 줄어드는 어획량 탓에 배를 신조하기도 어려워 감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가속되는 대형선망어업의 기반 붕괴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개별 선사는 물론 지역 경제와 수산업계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이대로라면 업계가 계속 사라지는 일만 남았는데,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선사들이 적정 수준으로 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도 검토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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