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토 코앞 ‘전술핵’ 배치… 30년 만에 러 핵무기 반출되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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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에 핵탄두 장착 가능한
미사일 체계 이전·항공기 개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미 정부 “러, 핵 사용 징후 없어”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 중인 서방에 경고하며 인접 국가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해 북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과 나토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웃 국가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위한 특별 저장시설 건설을 완료할 것이다”며 “러시아가 이미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장치인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벨라루스로 이전했다”며 국영 방송 로시야1에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는 벨라루스가 전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10대의 항공기를 개조하는 것을 도왔으며, 다음 달 초에 개조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도록 조종사 훈련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전술 핵무기 배치와 관련, “특별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해 왔다. 그들은 오랫동안 동맹국의 영토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 왔다”며 “핵비확산 합의에 관한 국제적인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합의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핵무기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며 “무기의 통제권은 러시아가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할 것이라는 국방부 부장관의 성명이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영국이 제공하려는 열화우라늄탄에 핵물질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해외에 핵무기를 두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1991년 소련의 붕괴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새로 독립한 4개 국가에 핵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에 모든 핵탄두의 러시아 이전 합의가 이뤄졌고 1996년 러시아 이전이 완료됐다.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등 3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국 내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내달 3일부터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연합 훈련을 시작한다.

CNN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에 대해 계속 감시할 것이지만 미국의 핵무기 전략을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국무부의 의견을 보도했다. 벤다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CNN에 말했다. 또 다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지난 1년 핵무기 이동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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