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슈 추적, 왜?'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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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기획취재부 차장

지역별 비만율 격차 주목한 부경대팀
부산시 빅데이터로 체육시설 수 분석
기자들과 현장 뛰며 원인 찾기 협업도
다양한 궁금증 담은 독자 제보 기다려

현대인의 영원한 숙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을 하는 등 식단을 관리하는 사람,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 하루 1만 보를 걷는 사람 등 그 실천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최근 미국에선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품귀 현상까지 벌어진다고 하니, 체중 감량에 대한 관심은 만국 공통이다.

올해 초 부경대 학생들이 비만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들고 왔을 때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재밌는 주제라고 판단했다. 부산시 빅데이터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이들은 영도구와 서구가 인구 분포나 면적 등의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비만율에 있어선 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대학생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은 이유 중 하나는 공공체육시설과 동네체육시설의 개수 차이다. 1㎢당 공공체육시설은 영도구 3.7개, 서구는 6.3개(약 1.7배)였다. 1㎢당 동네체육시설은 영도구 3.8개, 서구 5.2개(약 1.4배)였다.

이런 차이가 비만율 격차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느냐고 전문가들에게 질문했을 때 대부분은 고개를 저었다. 비만의 원인이 식이, 운동, 신체활동, 질병 여부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 지어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소득과 비만율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이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았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비만율이 낮다는 것이다. 북유럽 등 선진국에 채식주의자가 많다든가 미국의 저소득층이 정크 푸드를 즐겨 먹는다든가 하는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2021년 지역사회 건강통계에 따르면 비만율이 가장 낮은 지역 상위 5개 지역에 대도시 부촌이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23.7%), 서울 강남구(23.9%)·서초구(24.4%),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24.9%), 대구 수성구(25.0%) 순이다.

부산에서도 비만율은 지역마다 격차가 존재했다. 영도구의 경우 2012년부터 2021년 사이 비만율이 부산 평균보다 낮았던 적이 단 한 차례밖에 없을 정도로 비만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은 노인 인구가 많고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특성이 그 원인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고 이 같은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특히 이 문제를 제보한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김규하·김동훈·나현준 씨와 조형학부 졸업생 최예원 씨는 “비만은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하며 원인과 대안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부산일보> 기획취재부는 각 지역 현장을 찾아 지역별 격차의 이유를 밝혀 보기로 했다. 지역 보건소와 마을건강센터, 체육시설, 병원, 부동산, 시장 등을 발로 뛰며 전문가와 주민을 인터뷰 했다. 이렇게 새 기획 시리즈 ‘이슈 추적, 왜?’가 시작됐다.

취재진은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하기에 영도구의 경사가 심한 지형이 장애가 된다는 것, 집 근처에 편하게 운동을 할 만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독거 노인이 많다 보니 식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등이다.

서구의 경우 최근 5년 사이 서대신동을 중심으로 재개발이 활발해 신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소득이 높은 젊은 층의 유입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은 “아예 딴 동네가 됐다” 할 정도로 인구 구조의 변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2018년과 2021년의 인구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서구 전체의 60대 이상 인구 비율은 이 기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지만 서구 전체의 비만율이 낮아진 원인으로 특정 지역의 재개발을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취재진과 대학생들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영도구와 서구의 각종 지표 차이는 인포그래픽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결론은 이거다’라고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속 시원한 답변은 찾지 못했지만, 두 지역의 격차를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는 효과는 있었다. 대학생과의 협업을 통해 젊은 층의 문제 의식을 지면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신문의 양쪽 지면을 채운 인포그래픽 작업은 최예원 씨가 직접 맡아줬다.

<부산일보>는 앞으로도 이러한 지역 이슈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챗GPT는 미처 답할 수 없는 현장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한다. ‘이슈 추적, 왜?’가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논쟁적 이슈의 원인을 깊이 있게 파헤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참여를 기다린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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