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마리 유기동물 구조 힘들어도 가족 찾을 때 보람 [반려동물의 친구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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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청조동물병원

이장희 원장이 보호 중인 강아지를 안고 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이장희 원장이 보호 중인 강아지를 안고 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청조동물병원’은 부산 연제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이나 단순 약물치료도 가능하다. 해마다 2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이곳을 거쳐 간다.

이장희(57) 원장은 1990년대 초부터 강아지처럼 몸집이 작은 동물을 진료한 1세대 ‘소동물 수의사’다. 20년을 수의사로 활동하면서 유기동물에 관심이 생긴 그는 2012년 청조동물병원을 차렸다. 부산 시내 여러 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첫해에만 1500마리에 달하는 동물을 구조·진료했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 탓에 이듬해부터는 연제구의 위탁만 받기로 했다. 현재는 이 원장이 각종 서류 작업과 수술·구조를 담당하고 베테랑 직원이 일당백으로 돕는다. 그는 “각종 공과금과 약값을 포함하면 한 달에 최소 1000만 원은 나가는데, 지원받는 금액은 500여만 원”이라며 운영이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사정을 아는 옛 병원 단골손님들의 도움은 작게나마 보탬이 된다.

업무 강도 역시 만만치 않다. 긴급구조 요청을 받으면 새벽에도 유기동물을 인수하러 출동해야 한다. 차에 치여 부상이 심한 동물은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며칠 만에 죽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나 동물보다 상대하기 힘든 것은 사람이다. “황령산에서 개를 잃어버렸다. 당신 일이니 일단 와서 찾아보라”며 끈질기게 전화한 사람은 쉽게 잊을 수 없다. 구청의 요청으로 길을 배회하는 강아지를 데려와 보호하고 있는데, 견주가 찾아와 “왜 남의 개를 말도 없이 데려갔느냐”며 도둑 취급하면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기쁨을 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고 한다. 떠도는 강아지를 보살피고 있으면 보통 하루 안에 견주가 나타난다. 밤새도록 찾으러 다닌 강아지를 수소문 끝에 이곳에서 찾게 된 이들은 ‘너무 고맙다’며 연신 감사를 표한다. 이 원장은 “동물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가는 사람이 늘었다”며 “보람도 사람 때문에 느끼고, 괴로움도 사람 때문에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청조동물병원은 들개 3마리와 유기된 강아지 1마리를 보호 중이다. 휴가철이 되면 유기동물은 어김없이 늘어난다고 한다. 시설에서 보호하는 동물들의 운명은 대개 외모로 갈린다. 귀여운 품종견들은 입양하려는 사람이 넘쳐 나지만, 다치고 아픈 동물을 선뜻 데려가려는 이들은 얼마 없다. 이 원장은 “손이 많이 가는 아픈 아이들을 입양하는 분들은 저도 존경스럽다”며 “정작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분양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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