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엑스포 실사단을 맞는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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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내주 2030 부산엑스포 부산 실사
인프라 외에 시민의식도 큰 비중
개개인의 태도, 어느 때보다 중요

대학생 시절, 이집트로 한 달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람세스’, ‘신의 지문’과 같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직접 보았을 때, 그 거대한 규모에서 나오는 건축미에 숨이 막힐 듯 압도당했다. 그러나 감동은 잠시였다.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 바가지 씌우기에 바쁜 호객꾼들은 위대한 문화유산이 주는 감동을 희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들른 카이로의 혼잡한 도로와 매연, 그리고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은 그 좋았던 인상을 피곤한 기억으로 바꿔 놓았다.

반면, 길을 찾지 못해 지도만 바라보고 있던 나의 손을 잡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고마운 시민, 친구가 되고 우정을 나눈 것을 기념하며 집에 초대해 준 동갑내기 사막 여행 가이드, 친절한 미소로 나를 반겨 주던 많은 사람의 모습은 이집트에 대해 품고 있던 부정적인 인상을 다시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해 주었다. 그러고 보면 이집트에 대한 나의 인상은 세계사에 기록된 아름다운 유물도, 웅장한 건축물도 아닌 개개인의 시민과 그 나라의 시민의식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30월드엑스포 부산실사단을 맞는 우리 부산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관련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실사단에 감동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실사단의 시내 이동 중 끼어들기와 과속, 쓰레기 투기와 고성이 오가는 소란 등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 감동은 사그라들 것이 분명하다.

반면, 방문지나 준비 상황에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곳에서 만난 시민의 강력하고도 진심 어린 엑스포 유치 열망, 실사단을 환대하는 모습과 높은 시민 역량을 보인다면 부족한 부분을 상쇄하고 오히려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부산시민 개개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의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민의식(citizenship)’이란 무엇인가. ‘citizenship’의 어원은 라틴어 ‘civitas’인데, 이는 ‘국가, 공동체를 위해 기능하는 개인의 역할’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즉 시민의식이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공동체 의식과 참여 그리고 책임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는 이러한 개념을 여러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일반적 맥락, 특히 국가 및 국제 주요 행사를 앞두고 말하는 시민의식은 크게 ‘친절’, ‘청결’, ‘질서’로 요약할 수 있다.

흔히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꾼다’라고 한다. 친절한 인사에서부터 시작하는 친절한 태도는 부산을 방문하는 실사단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줄 수 있다. 다음으로 청결도 중요하다. 청결 정도가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므로 방문지를 포함하여 이동 동선에 따라 눈길 닿는 구석구석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질서는 안전의 필수 요건이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질서는 가장 중요한 시민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엑스포와 같은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세계시민의식’도 배양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UNESCO)에서는 세계시민의식을 보편적 가치인 인권, 민주주의, 정의, 차별의 철폐,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 더불어 사는 삶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기초하여 보면 세계시민교육은 빈곤, 환경문제처럼 현 인류가 직면한 범지구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 평화, 인권과 같은 인간의 보편 가치, 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반편견 의식과 같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교육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다. 부산시민이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높은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해야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유치·개최하고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사실 시민의식과 세계시민의식에 대한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이를 실천하는 데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가 끝난 뒤 방치된 쓰레기, 큰 행사를 앞두고 극성을 부리는 바가지요금, 피부색과 국적, 종교 등에 따라 달라지는 차별적 태도는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학교와 지역사회는 시민의식의 교육을 추상적인 거대 담론 혹은 지식이나 태도를 주입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실천을 위한 교육의 관점에서 그 내용과 방법을 점검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이 결합한 글로컬(glocal) 시대에 살고 있다. 부산이 글로컬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엑스포 유치가 간절하다. 이를 위해 시민 개개인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실천하고 보여 줄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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