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속전속결식 재정비
조현동 대사, 김 실장 사퇴 직후 내정
윤석열 대통령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사퇴를 기점으로 속전속결식 외교·안보라인 개편을 단행하면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김 실장의 사의 표명과 조태용 새 안보실장 임명, 조현동 주미대사 내정이 사실상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신속 개편 의지가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30일 조 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이란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안보실을 포함해 대통령실 전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원팀’으로 노력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주미대사로 내정된 조현동 외교1차관의 부임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내정자는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 절차를 거친 뒤 정식 임명된다. 아그레망에는 통상 4주 정도 걸리지만 20여 일 남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절차를 마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부처의 전면적인 개편을 통한 분위기 쇄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국회의원인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의 첫 방일을 통한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부정적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아 국정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어서 개편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한·미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인사 난맥상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향해 공세를 가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실장이 그간 열거할 수 없는 외교 참사에도 끄떡없더니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경질된 게 이상하다”며 “증폭되는 국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명백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압박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김 실장은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알력 다툼으로 튕겨 나간 것이다. 그것은 위계질서가 엉망인 조직이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안보실장을 주미대사로 교체한 것이 말이 되느냐. (미국에)엄청난 외교적 결례”라고 덧붙였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