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긴다는 갱년기, 그러려니 넘기지 마세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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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여성 건강관리, 30년 이상 남은 삶의 질 좌우
조기 폐경 환자는 골다공증·심혈관계 질환 등 위험
콩·석류·칡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 증상 완화에 도움

갱년기 증상이 견디기 힘들 정도라면 무작정 참지 말고 가족과 지인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갱년기 증상이 견디기 힘들 정도라면 무작정 참지 말고 가족과 지인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여성은 50세 전후에 ‘갱년기’라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월경이 멈추고 겪어 보지 않았던 갖가지 증상이 이어진다. 갱년기 증상과 기간은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보통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그러려니’ 하고 참거나 증상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속적인 갱년기 증상은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불편한 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년 삶의 질 좌우하는 갱년기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폐경 평균 나이는 만 49.7세이며, 대부분 48~52세에 폐경이 일어난다. 갱년기는 난소 노화로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때부터 완전한 폐경 이후 1년 정도까지의 폐경 주변기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기대 수명이 86.6세(통계청 2021년 기준)이므로, 갱년기 건강 관리는 30년 이상 남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최근에는 40세 전후에 갱년기 증상을 겪는 이들도 늘고 있다. 사회적으로 결혼과 출산 없이 중년으로 접어드는 경우가 흔하고 출산 횟수도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출산은 난소에 쉬는 시간을 주는 것으로 폐경을 늦춰 준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횟수가 적은 여성의 경우 40대 초반에 갱년기 증상이 있다면 조기 폐경을 의심하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20~30대 가임기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가임기 여성의 조기 폐경은 불임과 연결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45~50세 조기 폐경 환자의 경우 골다공증이나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코로나 후유증의 대표적인 증상이 심뇌혈관 기능 저하이므로, 조기 폐경을 했거나 현기증·흉통 등의 코로나 후유증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갱년기 증상은 다양하다.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생리 불순과 안면 홍조가 생기고 밤에도 열이 오르내리며 땀이 과다하게 난다. 질 건조증으로 성욕이 감소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 분비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쉽게 화가 나고 불안감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된다. 수면 장애와 기억력 감소도 흔히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다.

HK한국한의원 윤태관 검진원장은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신(腎)’의 음양(陰陽)이 허(虛)해진 것을 기본 원인으로 본다”며 “한의학에서 ‘신’은 신장뿐만 아니라 여성 생식 비뇨기계를 통틀어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의학 고전인 <소문> 상고천진론에는 여성이 만 49세 전후가 되면 신기가 줄어들고 천계가 고갈돼 임맥의 기능이 저하돼 아이를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천계는 여성호르몬, 임맥은 몸 앞쪽 정중앙으로 흐르는 경락을 뜻한다.


HK한국한의원 윤태관 검진원장이 갱년기 증상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HK한국한의원 제공 HK한국한의원 윤태관 검진원장이 갱년기 증상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HK한국한의원 제공

■갱년기 증상에 따른 한의학적 치료

한의학에서는 갱년기의 각 증상에 맞춰 간울(肝鬱, 간장의 기운이 막힘), 심간화왕(心肝火旺, 심장과 간장의 화 기운이 왕성해진 상태), 심신불교(心腎不交, 심장과 신장의 기운이 어울리지 못함), 심비양허(心脾兩虛,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모두 부족), 혈어(血瘀, 혈액 부족) 등으로 판단해 변증 치료를 한다. 갱년기는 내원 시기에 따라 처방과 치료가 달라지는데, 급성·아급성·만성·갱년기장애 등으로 분류한다.

급성 갱년기 환자는 안면 홍조와 같은 혈관운동신경 증상과 근육의 결림, 두통, 요통, 근육통, 관절통 등 통증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불면, 불안, 무기력, 초조함, 등 정신적인 불편함도 많이 겪는다. 아급성의 경우 피부 건조감과 노화, 질 건조나 위축 증상, 배뇨장애 등을 주로 호소한다. 만성기에 이르면 골밀도 감소로 인한 골다공증과 관절 통증 등을 겪으며,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해 주지만 난소의 기능 자체를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유방암, 자궁내막암, 심혈관 질환이나 간 또는 담낭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HK한국한의원 윤태관 검진원장은 “콩이나 석류, 칡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대체재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칡과 석류는 갱년기 여성에게 주로 쓰이는 한약재다. 한약은 장기간 복용해도 부작용이 적어 수년간 증상이 지속되는 갱년기 여성의 치료에 좋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갱년기는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젊음과 건강이 상실됐다는 생각에 자존감을 잃기도 한다. 갱년기 증상이 견디기 힘들 정도라면 무작정 참기보다는 가족과 지인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운동, 금연, 금주, 카페인 감량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칼슘과 비타민D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근력 운동을 하면 우울증 개선과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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