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빠져든 ‘주(酒)님’의 세계…우리 술의 매력은 무한대”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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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플랫폼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가 지난달부터 CU 주류특화매장에서 판매 중인 소규모 양조장의 술을 소개하고 있다.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가 지난달부터 CU 주류특화매장에서 판매 중인 소규모 양조장의 술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 5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경한 장면이 펼쳐진다. 벽면 선반은 각양각색의 술병으로 가득하고, 업소용 냉장고 안도 술로 빼곡하다. 방문 손님에게 차 대신 술을 내어 주는 이곳은 우리나라 전통주 플랫폼 ‘대동여주(酒)도’. 회사명에서 연상되듯, 이지민(44)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가치 있는 우리 술을 찾아 널리 알리고 있다.

“우리 술에는 무한한 확장성이 있어요. 탁주·약주·증류주·과실주 4개 카테고리 중 탁주만 해도 쌀·물·누룩만 들어간 술부터 과일·약재 등 어떤 부재료를 쓰느냐, 이양주·삼양주·사양주 등 몇 번 빚느냐에 따라 엄청 다양한 변주가 생기거든요.”

술을 즐겨하던 이 대표도 처음부터 전통주 예찬론자였던 건 아니다. 한 대기업 와인사업부에서 일하다 2014년 봄 옛 동료의 권유로 우연히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한 게 계기였다. 명인이 빚은 송화백일주·문배주·이강주 등 명주를 접하면서 새로운 ‘주(酒)님’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해외 와이너리에서 와인 생산자들을 만나며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화충격’이었죠.”

우리 술의 가능성과 장점을 발견한 이 대표는 그해 가을 덜컥 회사를 차렸다. 사무실도 없이 시작한 1인 회사는 이후 10년 가까이 꾸준히 성장하며 전통주 분야에서 굵직한 자취를 남기고 있다. 그동안 대동여주도 채널을 통해 알린 술만 2000종 정도. 전국의 신상 술 거의 대부분을 소개했고, 이제는 양조장에서 새 술을 출시하면 먼저 대동여주도를 찾아올 정도가 됐다.

우리 술이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잡는 데에도 이 대표와 대동여주도의 역할이 컸다. 농림부의 전통주 포털사이트를 ‘더술닷컴’으로 개편해 운영을 도맡았고,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의 주관사로 4년 동안 해당 양조장 컨설팅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전통주 관련 사업, 각종 전통주 심사에도 참여하며 우리 술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무료로 컨설팅을 해 준 양조장도 200곳이 넘는다.

수많은 활동 중에서 이 대표가 특히 애착을 가진 건 ‘한국술 테이스팅 리포트’이다. 매주 전문가 5명이 술의 향과 색, 맛(후미) 등을 냉철하게 평가한 뒤 점수화해 발표한다. “전통주 품질이 점점 더 좋아져야 소비자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한데,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코너예요. 평가 공신력을 위해 일체 돈을 받지 않고 심사위원들끼리도 의논 없이 독자적으로 평가를 합니다.”

부산 출신인 이 대표는 올해 <부산일보>와 ‘술도락 맛홀릭’ 기획시리즈를 함께하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양조장을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CU와 함께 엄선한 소규모 양조장의 술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해, 우리 술과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려 노력 중이다. 현재는 CU 편의점 중 일부 주류특화매장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데, 전국의 매장으로 확대해 전통주의 대중화를 앞당기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우리 술의 매력을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맛있는 술과 맛있는 음식이 만나면 극강의 만족감을 줍니다. 10점짜리 술이 음식과의 ‘페어링’을 통해 100점이 될 수 있는 거죠. 언제든지 양조장을 방문해 로컬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술만의 큰 매력입니다.”

이 대표는 전통주 대중화를 넘어 프리미엄 전통주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의 한 도심 양조장과 협업해 프리미엄 막걸리(써머·윈터 딜라이트)를 선보였고, 앞으로도 고품격 술을 꾸준히 기획·출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주를 선보이는 게 꿈이에요. 한때 삼성전자의 시총을 넘어서기도 했던 중국의 마오타이 같은 술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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