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험 사회로의 길목에서 챗GPT
송진순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
오늘날 과학기술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에 도전하며, 2022년 11월 초연결, 초거대 인공지능(AI)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전에 자연어 처리에 큰 문제점을 가졌던 챗봇의 단점들을 보완하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대화의 흐름이나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에 끊김없는 답변을 내어놓는 인공지능 챗봇이 등장한 것이다. 챗GPT는 공개 단 5일 만에 하루 이용객이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업무나 학업에 고단함이 느껴질 때 한번쯤은 생각했을 것이다. ‘대신 누가 발표자료 좀 만들어 줬으면, 논문 좀 대신 써줬으면…’.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생각되었던 창조, 창의 영역이 챗GPT의 등장으로 생성 AI에 일임할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자가 학습’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이나 서비스를,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원하는 정보에 접근해 생성한다. 간단한 개념, 용어에 관한 질문부터 현 상황이 반영된 어려운 개념들까지 요구하는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려준다. 시, 영화 시나리오, 문학작품 쓰기, 리포트 작성 및 논문 글쓰기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 영역뿐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 작곡 등의 창작과 기술, 교육, 의학, 보건 분야까지 망라한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챗GPT의 답변이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이는 데이터화된 정보들을 가장 기본적인 논리 형식으로, 가장 그럴듯한 내용으로 짜깁기한 것에 가깝다.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는 있지만 가히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기존 포털 사이트, 네이버나 구글이 하던 검색 기능을 챗GPT가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위기의 경보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초거대 AI의 등장이 불러올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AI 기술 패권 전쟁은 시작되었고, 명암에 대한 파급 효과가 얼마나 더 강력한 변화를 불러일으킬지는 알 수 없지만,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속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했던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신해 줌으로써 시간적인 여유와 신체적인 수고로움을 덜어주었다. AI의 등장이 완전한 인간의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챗GPT의 등장은 인간의 사고와 인지, 인식을 지배하고 이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져 결국에는 인간은 사리 판단과 분별력,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하게 한다.
미국의 일부 공립학교 및 학회, 연구소 등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이는 결국 창의와 정직, 새로운 학문적 발견에 대한 소명과 욕구, 표절 금지 등 학문이 갖는 고유성에 심대한 훼손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AI의 상용화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는 것과 동시에 사고와 의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생성되는 악성 메일과 바이러스를 만드는 해커들의 디지털 기기로의 초대와 응대, 개인정보 탈취 및 범죄 악용, 전처리되지 않은 데이터의 편견 및 고정관념의 증폭과 양산, 반복적인 업무에 투입돼 인력 대체 및 비용 절감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유발, 잘못된 정보의 유포와 학습으로 인한 정치, 사회 및 경제적 혼란과 위기 초래 등이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아직 챗GPT를 사용할 만한 사회적 합의나 법적·제도적 마련이 매우 미비한 상황에서 전 세계는 열광하고 있다. AI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인간과 공존할 수 있고, 사회적 재생산에 있어 선한 영향력 발휘와 책임감 있는 AI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나가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확대, 강화와 함께 이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개개인이 비판적인 사고와 인식을 갖고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학교의 지속적인 제도 보완 노력과 시민들과의 다양한 매체를 통한 소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