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가구, 소득 낮은 ‘워킹 푸어’에 편견까지 ‘삼중고’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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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균소득, 전체의 58% 수준
장시간 근로 탓 워라밸 힘들어
학교·보육시설 등 차별도 여전

지난해 12월 14일 20대 친모 A 씨가 아동학대 끝에 의식을 잃은 4살 딸 ‘가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는 장면. 부산일보DB 지난해 12월 14일 20대 친모 A 씨가 아동학대 끝에 의식을 잃은 4살 딸 ‘가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는 장면. 부산일보DB

한부모 가족은 월평균소득이 전체 평균 소득보다 낮고, 고용 안정성이 취약하거나 사회적 지지망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을이(가명) 사건’(부산일보 3월 30일 자 8면 등 보도)에서도 가을이 모녀가 사실상 한부모 가족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어려움과 약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이들을 위기에 취약한 고립 상태로 몰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해 5월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전국 한부모 가족 3300세대의 월평균소득은 245만 3000원으로, 2021 전체 평균 가구가처분 소득(416만 9000원)의 58.8% 수준에 그쳤다. 특히 모자가구의 월평균소득은 부자가구에 비해 낮게 형성됐다. 모자가구는 한 달에 근로나 사업을 통해 월 평균 188만 2000원을 벌었는데, 부자가구의 월평균소득(264만 5000원)에 비해 80만 원 가량 낮은 금액이다.


일을 하더라도, 고용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소득이 낮은 ‘워킹 푸어’일 가능성도 높았다. 또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고 충분한 휴식을 가지기 어려워 일·가정 양립도 쉽지 않다. 전체 응답자의 77.7%는 취업 상태였는데, 취업한 한부모의 27.9%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외부에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은, 집안일에 대해 23.8%, 돈이 필요할 때 16.7%, 본인이 아플 때 10.7%, 아이가 아플 때 9.2%, 생활 관련해 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부모가 된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집안일 부담 증가’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부와 모의 역할 혼자서 감당, 경제적 어려움, 형제·자매·친척과 멀어짐, 미래에 대한 부담 증가 등)은 모자가구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사회적 지지망 결여와 경제적 어려움 이중고에, ‘한부모 가족’에 대한 부정적 편견까지 더해져 삼중고를 겪는다. 조사 결과 한부모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학교·보육시설(19.1%), 동네·이웃주민(17.4%), 가족·친척(17.0%) 순, 자녀는 동네·이웃주민(19.3%), 학교·보육시설(17.4%), 가족·친척(14.2%) 순으로 많았다.

부모가 된 이후 돌봄이나 가사로 인해 역할이 가중되고,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등 생활 여건이 악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한부모 가족이 가을이 모녀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치닫지는 않지만, 이들이 처했던 사회 경제적 환경을 고려하면 위기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은 더욱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임조 부산 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은 가을이 사건을 두고 “이미 예견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가정 폭력 등으로 한부모 가족이 되는 경우, 자신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멀리 떠나고자 하기 때문에 고립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센터로 도움 요청이 들어오면 다른 사람의 집에 얹혀사는 ‘무상거주’인지 확인하고 분리나 긴급 주거를 지원한다. 친모가 법적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관련 정부 지원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네살배기 딸 ‘가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친모 A(27) 씨와, 가을이 모녀를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하며 2400여 회 성매매를 강요하고 아동학대를 방조한 동거녀 B(28) 씨는 현재 각각 아동학대살해와 아동학대 살해방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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