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갈맷길] ④ 센텀 무비 투나잇 - 걷다 보면 청춘 스며든다
마린시티 초고층 건물, 하늘 찌를 듯 탄성 절로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선 영화 도시 부산 실감
요트 경기장 푸른 바다·하얀 요트, 청명함 선사
민락수변공원·광안해변공원엔 청춘·낭만 가득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욜로 갈맷길 1~3코스에 이어 4코스 ‘센텀 무비 투나잇’을 소개한다. 4코스는 마천루들과 광안대교 등 부산의 상징이자 오늘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마천루 숲을 걸으며 탄성을 지르다, 곧 ‘영화의 도시 부산’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젊음과 싱그러움이 용솟음치는 민락수변공원을 지나 광안리해수욕장에 닿으면 가슴 속으로 청춘이 스며든다.
■마린시티에 ‘영화 도시 부산’ 있다
욜로 갈맷길 4코스는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수영구 민락동 광안해변공원 간 5km 구간이다. 출발점인 마린시티까지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거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 마린시티와 마주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더베이101’에 잠시 들르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멋진 마린시티 전경을 사진으로 담는 핫 스폿이어서다. 마린시티의 밤과 낮은 180도 다르다. 한밤의 마린시티는 으리으리한 초고층 건물이 뿜어내는 형형색색 찬란한 불빛으로 황홀하다. 불빛이 잠자는 낮에는 마천루들의 웅장한 민낯에 깜짝 놀란다.
마린시티는 현대카멜리아 아파트나 부산해양경찰서 동백출장소에서 시작해 가장자리를 따라 난 인도를 따라 쭉 걸으면 된다. 해운대더샵아델리스 앞에서는 ‘해운대 영화의 거리’라고 적힌 슬레이트를 치는 사람 조형물과 만난다. 영화의 거리인 해운대더샵아델리스~파크햐얏트부산호텔 해안 구간은 △천만 관객 영화존 △애니메이션존 △해운대 배경 영화존 △산토리니 광장으로 꾸며져 있다. 우리나라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천만 관객 영화들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표 애니메이션, 해운대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방파제 안쪽 벽면에 영화 포스터 등의 형태로 소개돼 있다. 산토리니 광장은 하얀 벽체와 파스텔톤 색감으로 꾸며진 공간으로 그리스 산토리니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를 찍는 제작진과 배우를 표현한 조형물과 스파이더맨 피규어가 설치돼 있고, 벽면에는 유명 배우와 감독의 핸드프린팅 동판들이 전시돼 있다. 영화의 거리를 걸으며 방파제 너머로 보이는 광안대교는 민락동 일대 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을 감싸며 바다를 가로질러 시원하게 쭉 뻗어 있다.
마린시티 끄트머리에서 수영만 요트경기장으로 접어든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게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치른 곳이다. 중구 남포동에서 태동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해운대로 무대를 넓히면서 개·폐막식이 열리고, 영화제 사무국이 둥지를 튼 적도 있는 곳이다. 요트경기장 본관동 중앙 현관을 지나 계류장 쪽으로 걸어가면 널따란 광장이 펼쳐진다. 요트 계류장 쪽으로 다가서면, 잔잔한 물결 위에 계류 중인 하얀색 요트들이 바다를 한가득 메우고 있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마린시티 초고층 건물의 커튼월 유리창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빛을 발한다. 푸른 바다, 하얀 요트까지 한데 어우러지니 청명하기 그지없다.
요트경기장을 걷다 보면 부산시요트협회 건물이 있는 곳에서 길이 막혀 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건물이 보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요트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 요트경기장 주차요금소를 지나 찻길 쪽으로 나간 뒤 해운대해변로 인도를 따라 걸으면 된다. 따스한 햇살과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중에 왼쪽으로 넓은 공터와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우동항이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사이에 아직 고기잡이를 하는 어항이 남아 있다니 이색적이다.
■광안해변공원에는 초록빛 청보리 물결
우동항을 지나 수영2호교(민락교)를 건넌다. 수영2호교는 수영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수영만 입구에 자리하며, 해운대구 우동과 수영구 민락동을 연결한다. 길이는 500m 정도다. 수영2호교를 걸으면 동부산의 중심축인 센텀시티와 마린시티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광안대교가 바다 쪽으로 뻗어 나가고, 마린시티의 마천루들이 하늘로 솟아 있다. 민락동 해안을 따라선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센텀시티의 고층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영2호교를 지나 민락수변공원으로 가려면 수영2호교 민락동 쪽 끝지점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덱 계단을 걸어 내려가 수영강변을 따라 설치된 나무 덱길로 접어들면 된다. 수영2호교와 민락수변공원 간 보행로가 단절돼 갈맷길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엘리베이터와 덱 계단 등을 설치하는 보행 환경 개선 사업이 완료됐다.
수영강변(민락동 해안)을 따라 설치된 덱길로 들어서면, 화사한 벚꽃들이 손을 내밀어 반긴다. 덱길은 민락수변로의 차도와 인도보다 높은 곳에 설치돼 있다. 민락수변로의 가로수들은 벚나무인데, 덱길 난간 너머로 가지를 내밀고 있다. 난간 쪽으로 다가서면 벚꽃이 손에 닿는다. 벚꽃이 지기 전에 걸어 보면 더 좋을 듯하다.
덱길이 끝나는 지점부터 민락수변공원이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바닷물과 맞닿은 수변 공간은 육지에서 광안대교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젊은이들 사이에 ‘핫 플레이스’이다. 수변 공간에는 커다란 갯바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태풍 때 바다에서 밀려 올라온 바위다. 민락수변공원에는 초강력 태풍이 부산을 지날 때마다 커다란 갯바위들이 밀려 올라온다. 수영구청은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밀려온 바위를 그대로 두고 있다고 한다.
수변 공간 한편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기어 올라오는 거북이 조형물과 공연 무대로 꾸며진 어선 조형물 등이 있다. 수변 공간을 걷다 보면 폭이 4~5m가량 되는 수로가 나타나는데, 왜가리 한 마리가 매서운 눈초리로 바닥을 주시하고 있다. 인근 횟집에서 흘러 나오는 해수에 섞인 생선 찌꺼기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갈매기들도 먹잇감을 찾아 오는 곳이다.
민락수변공원을 빠져 나와 부산시수협 민락어촌계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민락 매립지 둘레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쭉 이어진다. 민락 매립지 일대에는 상업 시설과 아파트,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상전벽해다. 광안리 해수욕장 끝자락에는 청보리밭이 바닷바람에 물결친다. 수영구청은 광안해변공원에 ‘청보리, 바다가 되다’라는 주제로 청보리밭을 조성했다. 청보리들이 무럭무럭 자라 성인 허리 정도까지 키가 컸다. 바람에 출렁이는 청보리의 초록 물결을 보니 싱그럽다. 청보리밭은 이달 16일까지 볼 수 있다.
걷기 앱을 이용해 측정한 순수한 4코스 완보 시간은 1시간 41분, 걸음 수는 1만 338걸음, 거리는 6.83km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