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전국 1위 거제, 10년 만에 경남 꼴찌된 사연은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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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8명으로 경남 평균 0.84명 미달
조선업 장기 불황에 고강도 구조조정 후유증

2014년 전국 1위였던 거제지역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경남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 장기 불황과 고강도 구조조정 후유증으로 풀이된다. 부산일보DB 2014년 전국 1위였던 거제지역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경남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 장기 불황과 고강도 구조조정 후유증으로 풀이된다. 부산일보DB

경남 유일의 평균연령 30대 ‘젊은 도시’, 한때 전국 1위를 기록했던 거제지역 출산율이 도내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 작년엔 경남 평균에도 못 미쳤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 침체와 고강도 구조조정의 후유증이란 분석이다. 최근 조선업계가 마주한 인력난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거제시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거제지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남 18개 시군 평균인 0.84명 보다 낮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거제시 합계출산율은 2013년 1.794명, 2014년 1.847명으로 경남을 넘어 전국 시 단위 지자체 1위였다. 이어 이듬해 1.911명까지 증가했지만, 2016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2021년 0.909명, ‘0명대’로 추락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경남에서 거제보다 낮은 지역은 통영시(0.76명), 함안군(0.70명), 산청군( 0.69명), 함양군(0.68명), 고성군(0.66명) 등 5개 시군뿐이다. 불과 10년 사이 전국 1등에서 경남 꼴찌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도 2013년 3255명, 2014년 3274명, 2015년 3533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2021년 1198명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심지어 지난해는 1000명선마저 무너져 968명에 그쳤다. 둔덕면은 1년 내내 출생신고 없었고, 남부면은 딱 1명이었다.

이는 결국 지역 경제를 이끌던 조선산업 장기 불황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거제에는 세계 ‘조선 빅3’으로 손꼽히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다. 2000년대를 전후해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리면서 지역 경제도 덩달아 신바람을 냈다. 인구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3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런데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플랜트 악재에다 상선 발주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일감이 바닥난 양대 조선소는 최악의 경영난에 허덕였고, 정부는 국가기간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2015년 양대 조선소와 사내·외 협력사를 포함해 9만 2000여 명에 달했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21년 3만 8000여 명까지 줄었다. 당시 30~40대 청년세대 유출이 심각했다. 출산율 감소 흐름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지금은 조선업 종사자가 4만 3000여 명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호황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력난 역풍을 맞는 지역 조선업계는 모처럼 맞은 수주 호황에도 일손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인력난에 일감을 확보하고도 개점 휴업 상태인 거제지역 조선기자재 업체. 부산일보DB 인력난에 일감을 확보하고도 개점 휴업 상태인 거제지역 조선기자재 업체. 부산일보DB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거제시는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정부 정책으로 지원하던 ‘첫 만남 이용권’(신생아 1명 당 200만 원)에 자체 출산장려금을 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보건복지부 협의를 거쳐 조례가 제정되면 첫째 300만 원, 둘째 500만 원, 셋째 이상 1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자녀(3명 이상) 가구 지원 확대 △신혼부부 주택전세자금 이자지원 △산후조리비 지원 △임신부 교통비‧임산부 농산물 지원도 추진한다.

반면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보다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순히 낳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까지 덜어줄 적극적인 장려 정책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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