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전기차 189년 역사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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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7일 2030부산국제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의 성패가 달린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부산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실사단 의전과 이동을 위해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80 전기차와 수소버스가 제공됐다. 부산이 국산 친환경차로 탄소중립 엑스포가 가능한 강점을 부각해 유치 경쟁 도시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전기차는 2003년 창립한 미국 테슬라가 2010년대 들어 상용화한 것으로 알기 쉽지만, 아니다. 전기차 역사는 183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이 전기로 구동하게 만든 원유전기마차가 최초의 전기차로 꼽힌다. 1864년 독일 엔지니어 니콜라우스 오토가 내연기관을 처음 발명한 것보다 30년이나 앞선다.

상용화도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훨씬 빨랐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전기를 저장하는 축전지(배터리)가 발명되고 성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구스타프 트루베는 전기 충전식 삼륜차를 파리국제전기박람회에 선보였다. 이어 1899년 프랑스에서 시속 100km 이상인 전기차가 등장했으며, 1900년 파리에 전기소방차가 달렸다고 한다. 1897년 미국 뉴욕에선 전기택시 보급이 시작됐고, 1898년 독일의 페르디난트 포르쉐도 전기차 포르쉐P1을 개발했다.

1912년 전 세계의 전기차는 약 3만 대로 내연기관차보다 많을 정도로 대중성을 누렸다. 하지만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된 게 전기차가 급속히 자취를 감춘 계기로 작용한다. 내연기관차 연료값이 급락하자 1908년 표준·분업화를 이뤄 내연기관차 대량 생산체제를 갖췄던 미국 포드자동차가 혜택을 입고 급성장했다. 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배 이상 비싼 가격과 배터리 무게, 충전 시간 등의 단점 탓에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00년가량 사라진 전기차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적인 탄소중립 의제와 환경 규제에 힘입어 친환경차로 부활했다. 가솔린·경유차를 빠르게 밀어내며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예고하는 등 입장이 역전됐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세계 4대 강국 진입과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를 목표로 전기차 생산과 개발에 적극적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한국 기업에 대한 불공평한 대우가 걸림돌이다.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한국 전기차·배터리에 대한 전폭적인 규제 해소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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