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통영국제음악제 선 부산시향, 생황·아코디언과 함께한 ‘아시아 초연’ 무대
통영국제음악재단과 위촉 신동훈 신곡
진은숙·김선욱 객석에서 듣고 ‘호평’
협연 우웨이·파스칼 콩테도 ‘만족’
“솔리스트들이 연주를 정말 잘했고요. 오케스트라도 아주 충실했고, 곡도 청중들한테 다가가기 좋아서 참 좋았습니다.”(진은숙 작곡가·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다양한 색깔이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되게 좋았습니다. 생황이랑 아코디언이 함께 연주하는 조합은 거의 처음 본 것 같은데, 조화롭게 멋진 작품을 남긴 것 같아요.”(김선욱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환상적입니다. 최수열 지휘자와는 대만 연주를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만 부산시향과는 이번에 시간이 없어서 한두 번밖에 못 맞춰 봤는데 정말 놀랐습니다.”(우웨이·생황 연주자) “깜짝 놀랐습니다. 멋진 연주였고, 아주 만족스럽습니다.”(파스칼 콩테·아코디언 연주자)
5일 오후 7시 통영국제음악제 초청으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부산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 최수열). 1부 순서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신동훈의 ‘생황, 아코디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2인극(이중협주곡)’(2022) 아시아 초연에 쏟아진 반응이다.
이 곡은 통영국제음악재단과 부산시향이 공동 위촉한 작품이다. 연주 시간은 20분가량이다. 작곡가 신동훈에 따르면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썼고, 원작 시에서처럼 술을 마시는 시인과 그림자, 그리고 달빛이 어우러져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연주를 들어보면 현대음악인데도 그다지 난해하지 않고, 마치 숲에 들어와 있는 듯 편안한 느낌으로 곡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생황과 아코디언이라는 두 악기의 소리 생성 과정이 완전히 다른 데도 음색이 상당히 비슷하게 들리는 등 둘의 조합이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요즘은 다 같은 초연이라도 ‘세계 초연, 아시아 초연, 한국 초연’으로 일일이 구분하는 만큼, 부산시향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아시아 초연 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했다는 건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세계 초연은 지난해 독일에서 성사됐고, 이번엔 아시아 초연이다. 공연이 끝난 후 대기실에서 만난 최 지휘자는 아시아 초연에 대한 의미를 다음과 같이 짚어 주었다.
“신동욱 작곡가 작품은 부시 앤드 호크스(Boosey & Hawkes)에서 출판되는 만큼 세계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작곡가 작품을 세계적인 협연자(우웨이·파스칼 콩테)와 같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오케스트라엔 하나의 히스토리가 되는 거죠.”
세계적인 음악 단체와의 ‘공동 위촉’에 대해서는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소현 예술사업본부장이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작품 의뢰비는 물론이고 제작비가 점점 비싸지면서 최근엔 공동 위촉 작품이 늘고 있는데 세계적인 작곡가나 오케스트라, 음악 단체일수록 아무나 끼워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공동 위촉에 함께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통영국제음악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거다.
한편 이날 부산시향 공연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로 시작해 라벨의 ‘라 발스’로 마무리했다. 빈 왈츠로 시작해 파리 왈츠로 끝난 셈이다. 그 사이에 신동훈 곡(1부)과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심포닉 댄스’(2부)를 연주했다. 앙코르는 라벨의 ‘볼레로’를 들려줬다. 곡 구성도 꽤 좋았다는 평가다. 진 예술감독과 최 지휘자가 함께 고민한 결과다.
다만 아쉬웠다면 부산시향 위촉 곡, 아시아 초연작을 부산에선 현재 듣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동훈 곡의 경우 다음 연주는 프랑스가 될 것 같다고 콩테가 전했다. 우웨이가 최 지휘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부산에선 이 곡 언제 연주할 수 있나요?” 그에 대해 선뜻 답하지 못하는 최 지휘자를 보며 부산의 고민을 읽는다.
“오케스트라의 존재 이유는 청중에게 탁월한 연주를 들려주는 데 있습니다. 부산시향은 나름 현대음악 연주를 많이 해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연주 홀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동훈 곡 아시아 초연이 성공적이었던 이유 중에는 통영국제음악당 시설(음향 등)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연주홀도 또 하나의 악기니까요. 제가 우웨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부산에도 멋진 음악 전문 홀이 지어지고 있으니까 그땐 가능하지 않겠느냐고요.”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