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의 기후 인사이트]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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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기후위기 우려 과학적 근거에 기반
“온실가스 등 인간 활동 탓” 합의돼
관련 논쟁 학술적으로 이루어져야

자영업에 종사하는 친구가 뜬금없이 물었다. 기후위기가 정말 사기극이냐고.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되물으니, 평소 즐겨 보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어떤 강연자가 “기후위기는 정부 연구비를 타 내기 위해 어용 과학자 집단이 지어 낸 이야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해당 강사는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봤을 법한 인물이었다. 호기심에 그 방송을 본 필자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가 제시하는 자료들이 전부 엉터리여서가 아니었다. 자료를 해석함에 있어 너무나 교묘하게 기후변화 역사를 곡해하며 비전문가들을 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는 기후변화에 관한 왜곡된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가 맞다고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친구에게는 그 강사가 기후위기 관련 자료들을 취합해 책도 냈지만 기후변화의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경력 있는 연구자는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필자도 기후변화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저자들의 책을 몇 권 사서 읽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책에 적힌 논지들은 사실이 아니거나 부분을 보고 전체를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는 등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잘못된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책은 1930년대 미국에서 지금보다 훨씬 오랜 기간 지속된 대가뭄이 발생했음을 예로 들며 지금의 기상이변들이 사실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논지를 제시하였다. 1930년대 미국 대가뭄의 실체에 관해서는 지금도 학계에서는 논란이 있지만, 설령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이 한 사례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심각한 기상이변의 특이성을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가 명백하다.

부분을 전체로 보는 오류 중 가장 황당한 건 북유럽 지역 해수면이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다가 팽창하는데 해수면이 낮아지고 있는 지역이 있으니 지구온난화는 허구라는 주장이다.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심각한 오류다. 북유럽은 과거 수만 년 전 거대한 빙하로 덮여 있었다. 이 얼음이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급격히 사라지면서 빙하시대가 막을 내렸다. 북유럽은 엄청난 무게로 짓누르던 빙하가 사라진 지역을 중심으로 지각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지금도 해마다 조금씩 솟구치고 있다. 땅이 솟아오르니 당연히 이 지역의 해수면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정도는 지구과학을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상식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라. 이 넓디넓은 지구 곳곳에서 바다와 하늘, 지각은 늘 서로 뒤엉켜서 영향을 주며 기후를 조절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의 기후를 바꾸고 있다 한들 그 영향이 어찌 모든 지역에서 동일할까. 어떤 지역에서는 좀 더 선명하게 인류가 초래한 온난화의 흔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 과학자들은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늘 전체 지구의 온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으로,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수없이 많은 증거와 관찰을 통해 현재의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 특히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합의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이루어졌다. 중요한 점은 기후변화에 관한 진실 논쟁은 토론회라든가 언론을 통해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엄연한 하나의 학문 분야이고 따라서 논쟁은 학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철저히 논문으로써 쟁점이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았으면 동료 학자들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논문으로 출판해 인정받으면 된다. 필자는 20년 넘게 기후분야에 종사해 왔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급격한 지구온도 상승을 초래한 범인이 인간이 아님을 입증해 낸 논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솔직히,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생각에 일일이 대응하고 그들의 생각을 바꾸고자 그리 심각하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지구 회복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지금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극소수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을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그들의 주장이 마치 다수 과학자들의 견해와 대등한 수준인 것처럼 대중에게 비칠 위험이 있다. 지금은 위험을, 과장도 부정도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차분히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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