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개혁 공천 초반 분위기 주도… 새 인물 경쟁력 약해 '대패'[총선 앞으로 1년]
21대 미래통합당 공천 어땠나
현역 108명 중 50명 공천 배제
청년 공천 확대 등 기대감 키워
인재 확보 실패 내분 겹치며 '참패'
‘탄핵’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3연패에 빠진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을 80여 일 앞둔 2020년 1월 5선에 계파색이 옅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전권’을 부여했다. “제가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며 ‘판갈이’를 예고한 김 위원장은 공관위원에 ‘당 해체’를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소장개혁파인 김세연 전 의원과 전북 출신의 ‘강골’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을 포진시키며 대대적인 개혁 공천을 예고했다.
실제 김형오 공관위는 영남에서 역대 최대 ‘물갈이 공천’을 단행해 부산 현역의원 12명 가운데 7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물갈이 비율은 58%에 이르렀다. 전국적으로도 현역 의원 108명 중 50명을 바꿨다. 교체율은 46.3%에 달했다.
공관위는 황교안 당시 당대표를 설득해 서울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의 맞대결을 성사시켰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씨를 서울 강남에 전략공천하는 등 초반 선거 분위기를 주도했다. 여기에 일부 반발에도 오세훈, 나경원 등 전국구 자원의 험지 출마를 종용해 열악했던 수도권에서도 어느 정도 총선 대형을 갖췄다. 또 청년 공천을 25명이나 해 20대 총선 때의 16명보다 대폭 늘렸다. 막말 전력이 있던 인사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중도 확장 전략을 써 공천 초반에는 총선 전망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과거 전력 문제로 서울 강남병 김미균 씨의 공천을 철회하고, 당 최고위가 일부 공관위 공천을 무효화하는 바람에 내분 양상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현역 교체 이후 충원된 새 인물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돼 “자를 땐 시원했는데, 대안이 왜 그 모양이냐”는 비판이 거세졌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물갈이에는 성공했지만 새롭고 경쟁력 있는 인물을 충원하지 못한 데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인재 풀 확보에 실패해 ‘돌려 막기’ 논란이 빚어졌다. 특히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일부 인사의 공천 때문에 사천 논란까지 불거져 공관위가 내세운 ‘시대 청산’ ‘계파 해체’ ‘중도 확장’의 성과는 빛이 바랬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은 과반인 180석을 차지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쳐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만 간신히 넘기는 역대급 대패를 기록해 이상론에 치우친 실패한 공천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평가가 됐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