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반려동물의 진짜 미소를 담고 싶어요”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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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건사 도전 박성호 사진작가

기업체 사진 찍다가 7년 전 변신
반려견 촬영하면 대화하는 기분
야외 활동 포착할 때 자연스러워
뒤늦게 부산여대 동물보건과 진학
반려견 전용 야외 스튜디오가 꿈

산책 중 발견한 셰퍼드를 보고 즉석에서 찍은 사진. 박성호 작가 제공 산책 중 발견한 셰퍼드를 보고 즉석에서 찍은 사진. 박성호 작가 제공

“반려동물의 표정을 통해 그들의 말을 듣고 싶어요.”

사람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찍는 사진가가 있다.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애초 대기업 등 유수의 기업에서 인물 사진이나 의뢰 사진을 찍던 박성호(42·PNP(Pet N People) 스튜디오 대표) 사진작가는 7년 전부터 반려견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있다. 기업체 사진을 주로 찍어 왔던 그가 왜 반려견을 찍는 데 관심을 갖게 됐을까.

박 작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함께해 왔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사서 성체가 될 때까지 키웠고, 중학생 때부터 시고르자브종(시골 믹스견을 일컫는 시중의 말) ‘깜돌이’를 입양하면서 본격적으로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 친구이자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던 용맹한 깜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는 상실감이 너무 커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사람 뜻대로 되던가. 여러 곳과 인연이 닿아 현재는 시바견 ‘다미’, 시베리아허스키 ‘보리’와 함께 살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지내다 보니 말을 하지 못하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란다. 그래서 박 작가는 개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 시작했다. 박 작가가 찍은 개 사진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몸 전체가 아닌 얼굴을 클로즈업해 찍는 것이다. “클로즈업하면 개 얼굴이 자세히 보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집중을 하고 그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 피사체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때 미세한 표정이 담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좋아요. 해석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자유지만요.”


포메라니안이 혀를 내민 찰나를 클로즈업으로 포착한 사진(위), 박성호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 박성호 작가 제공 포메라니안이 혀를 내민 찰나를 클로즈업으로 포착한 사진(위), 박성호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 박성호 작가 제공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반려동물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에 남기고 싶어 한다. 막상 카메라를 들어 찍으려면 가만히 있지 않거나 앞을 바라보지 않아 예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박 작가는 반려동물의 사진을 잘 찍으려면 ‘많이 찍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보통 사람은 사진을 찍을 때 가만히 있지만 개들은 말이 안 통해 힘들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많이 찍는 수밖엔 없다. 특히 야외에서는 반려견을 따라가며 움직이는 모습을 그냥 포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찍다 보면 색다른 사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산책하다가 사진에 담고 싶은 개들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즉석에서 섭외한다. 보호자들은 전문 사진작가가 무료로 찍어 준다고 하니 대체로 호응이 좋다. 그렇게 찍은 개 중 기억에 남는 견종이 바로 ‘셰퍼드’다. 사진병으로 군 복무 중 폭발물 탐지를 하던 군견 셰퍼드를 보고 반했던 기억이 남은 그는 영도에서 산책하던 셰퍼드를 카메라에 담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제 박 작가는 카메라 렌즈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앞서 깜돌이와 로이(로트와일러)를 질병으로 떠나보낸 그는 동물질병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전문 지식을 배우기 위해 부산여자대학교 동물보건과 야간반에 입학했다. 올해 졸업반인 그는 대학에서 공부해 보니 느끼는 점이 많다고 한다. 박 작가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반려견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습득했는데, 알고 보니 잘못된 정보들이 많더라”며 “특히 중성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미가 중성화 시기를 놓쳐 유선 종양으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반려견의 상태를 먼저 체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부산여대에 야간반이 없어져 동물보건과 최초이자 최후의 남자 학생이 됐지만, 한 명밖에 없는 남학생이기에 교수들에게 아낌없는 사랑도 받고 있다. 2학기에는 동물보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동물병원 실습도 나갈 예정이다.

“계속 동물들과 함께하고 사진을 찍다 보니 꿈이 생겼어요. 넓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는 모습을 제 카메라에 담는 거예요. 저는 동물들이 자유롭게 놀 때 그들의 진짜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반려견 전용 야외 스튜디오를 마련해 반려견들의 표정을 다양하게 담을 생각입니다. 반려견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회도 가져 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유기견 입양홍보와 관련한 재능기부도 할 생각입니다.”

인연이 닿은 반려견의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는 박 작가의 삶이 아름답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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