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최초 장애인 전용 갤러리 양산서 개관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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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의 사랑, 대형 카페 옆 공간에 갤러리 개관
장애인 작가 고용 활동 지원… 그림· 굿즈 등도 전시
2026년까지 온오프라인 통합 전국 아트 플랫폼 구축

정선희 느티나무의 사랑 대표가 14일 느티나무 갤러리 개관식 인사를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정선희 느티나무의 사랑 대표가 14일 느티나무 갤러리 개관식 인사를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14일 개관한 느티나무 갤러리 전경. 김태권 기자 14일 개관한 느티나무 갤러리 전경. 김태권 기자

경남 양산의 한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이어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까지 개관했다. 이 기업은 올해 서울과 부산에 장애인 작가 전용 갤러리를 포함한 카페를 여는 데 이어 2026년까지 온오프라인 통합 장애인 작가 아트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주)느티나무의 사랑(대표 정선희)은 지난 14일 동면 여락리 느티나무 카페 옆 공간에, 경남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작가 전용 ‘느티나무 갤러리’를 개관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나동연 양산시장과 조영선 경남도 양산교육청장, 박병대 양산상의 회장, 고동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울산지사장, 최복춘·신재향 양산시의원, 장애인 작가 등 100명이 참석했다.

장애인 작가들이 디자인한 굿즈와 그림들. 김태권 기자 장애인 작가들이 디자인한 굿즈와 그림들. 김태권 기자

장애인 작가들이 디자인한 굿즈를 판매하는 갤러리 숍. 정선희 대표가 나동연 양산시장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장애인 작가들이 디자인한 굿즈를 판매하는 갤러리 숍. 정선희 대표가 나동연 양산시장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느티나무 갤러리에는 30여 명의 장애인 작가가 그린 그림 수십 점과 이들이 디자인한 굿즈(상품) 등이 전시됐다. 갤러리 방문객은 이곳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직접 구매할 수 있다. 굿즈 역시 갤러리 숍에서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이날 개관한 갤러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30여 명의 장애인 작가 중 10명이 느티나무의 사랑이 고용한 작가라는 점이다. 이들은 느티나무의 사랑으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이들은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나 소속 시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단체 카톡방에 하루 작품활동 결과를 올리는 것으로 출·퇴근을 대신한다.

느티나무의 사랑 효석 작가는 “장애인 작가지만, 이름을 알리는 소속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전진하고 이름을 알리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며 “양산시와 느티나무의 사랑 등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전용 작가 갤러리를 개관한 것은 정선희 느티나무의 사랑 대표다. 1996년 설립된 이 기업은 에코백이나 장바구니, 파우치 등 여행용 세트, 무릎 담요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조업체이다.

느티나무 갤러리 개관식에 참석한 기관 대표와 주민들. 김태권 기자 느티나무 갤러리 개관식에 참석한 기관 대표와 주민들. 김태권 기자

2019년 정 대표는 양산 희망학교 한 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교사는 정 대표에게 ‘장애인 희망 취업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정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장애인들과 첫 인연을 맺었다.

정 대표는 “당시 10명의 희망학교 학생이 회사에서 3시간 정도 일을 했는데 밖에서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게 됐다”며 “어머니들에게 학생들의 취업 희망 1순위를 묻자, 커피나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커피숍이 꿈의 직장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정 대표는 “장애인 꿈의 직장인 커피숍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직접 동의를 구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근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1년여 간 교육을 실시하고, 카페 개설을 위해 사업장도 뒤편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느티나무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과 설명. 느티나무 갤러리 제공 느티나무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과 설명. 느티나무 갤러리 제공

정 대표는 2021년 3월 장애인고용공단 울산지사에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신청했고, 같은 해 9월 대형 카페를 열었다. 카페 앞 방치됐던 황무지에 정원을 조성해 지난해 4월 경남도 제22호 민간 정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느니타무의 사랑은 처음엔 장애인 13명을 고용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카페 개설 이후 23명, 현재는 28명으로 늘었다. 이는 회사 전체 직원 62명 중 45.2%이다.

특히 정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대형 카페 개점에 이어 지난해 8월 장애인 전용 작가들의 아트 플랫폼 갤러리를 구상하고 카페 옆 공간에 갤러리를 만드는 동시에 장애인 전속 작가 10명을 고용했다. 장애인 작가들이 재능을 맘껏 발휘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느티나무의 사랑이 운영 중인 카페 앞 정원 전경, 느티나무의 사랑 제공 느티나무의 사랑이 운영 중인 카페 앞 정원 전경, 느티나무의 사랑 제공

정 대표는 2026년까지 장애인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나 굿즈 등의 전시·판매는 물론 렌탈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 아트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소속 작가들도 1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정 대표는 “장애인 작가들의 잠재력을 발굴해 사회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와 느티나무의 사랑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느티나무의 사랑이) 제조업으로 인해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 아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작가들의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동연 양산시장도 “웬만한 대기업도 할 수 없는 느티나무의 사랑과 정 대표의 장애인에 대한 사랑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장애인을 대하는 정 대표의 모습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운영에) 애로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덧붙였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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