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수산업은 탄소중립 시대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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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승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기후위기 대비 탄소국경세 화두
조개·굴 껍데기 새로운 자원 관심
친환경 해양 시설물 등 활용 다양
탄소배출권 인정 위한 노력 필요

최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한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국경세(CBAM) 화두가 뜨겁다. 탄소국경세의 등장으로 탄소중립 문제가 이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국경 조정 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줄임말로 이산화탄소에 대한 배출 규제가 취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로, 탄소의 이동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수입품을 대상으로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추가 관세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전기, 시멘트, 비료, 철강, 알루미늄 등 탄소 배출이 많은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시범 시행한 뒤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탄소국경세는 기후위기 대처와 탄소중립을 목표로 EU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EU에 지불해야 할 탄소국경세 규모는 올해 약 2900억 원, 2030년께 약 7100억 원으로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탄소국경세 대응책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그린 수소 등 신기술 개발과 도입 등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고 확장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좁은 국토와 기술적 장벽, 그리고 사회 수용성의 한계 등이 녹록하지 않은 현실로 다가온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떠오르는 대상이 바다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탄소 흡수원으로서 바다는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이른바 ‘블루 카본’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블루 카본이란 해초, 염습지, 맹그로브(mangrove) 등 해양 생태계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를 지칭한다.

해양수산부는 또 해양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탄소 배출을 230만t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조류와 파력 발전 분야에서 실증 연구를 확대하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갯벌과 해조류, 패류 등 천연 탄소 흡수원인 블루 카본 분야에서는 136만t을 감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항만, 항만장비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수소 생산과 물류 기능, 소비까지 함께할 수 있는 수소 항만 구축도 계획 중이다.

바다는 넓은 면적만큼 많은 생물이 살고 있어 열대우림 지역보다 더 뛰어난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구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이 녹아 있는 바다는 이 때문에 산성화하면서 해양 환경이 악화한다.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석회 가루)은 굳어서 해저 생물이나 해저, 바위 등에 침전돼 하얗게 변한다. 이를 갯녹음 즉, 백화 현상이라고 한다. 백화 현상이 일어나면 해조류가 자랄 수 없는 ‘바다사막’으로 변한다. 이 탄산칼슘은 조개껍데기, 굴 껍데기와 같은 성분으로 지각에 두꺼운 지층을 형성하는 석회석이 된다.

45억 년 전 탄생한 지구의 대기가 이산화탄소로 가득하던 시절,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산칼슘 즉, 석회석으로 지각에 친환경적으로 탄소를 영구 저장하였다. 요즘 인간이 강제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해 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기술(CCUS)과는 차별화된 자연 대기 정화법이다. 이렇게 지각에 쌓인 석회암층이 그 사실을 말해 준다.

우리나라는 2021년 7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 규칙에 따라 조개껍데기 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연간 30만t가량 배출되는 조개껍데기나 굴 껍데기를 탄산칼슘으로 자원화할 수 있게 됐다.

폐기물로 인식되어 온 굴 껍데기를 재활용해 제철소에서 석회석 대신에 패각을 가공해 만든 석회 분말을 소결(燒結) 공정에 활용하거나, 농업용 토질 개선제, 석회 비료 또는 자연 친화적인 건축 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 또 해양 구조물이나 방파제, 인공어초 등 친환경 해양 시설물로도 가능하다.

미국은 체사피크만 인근에 25억 개의 굴 패각을 살포해 해양 정화, 암초 복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해양수산생물 인공서식지 조성을 통한 종 복원 및 수질 필터제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토양 개량제, 인공어초, 수산자원 조성 등에 활발하게 응용 중이다.

이제 우리 수산업은 청정 산업으로 다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소득원이 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굴과 조개 양식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산업 활동 자체가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하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길인 셈이다. 조개, 굴 패각이 맹그로브 나무처럼 UN의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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