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국형 킬 체인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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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주변 아랍국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스커드미사일을 무차별 발사하자 다국적군에 비상이 걸렸다. 미 공군의 작전 개념은 목표물을 설정하고 공격하기까지 짧게는 1일에서 길게는 3일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라크의 이동식탄도탄발사대(TEL)를 이용한 스커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선제 타격이 필요했다. 미군은 ‘킬 체인’ 개념을 도입하고 F-15E 전투기를 출격시켰지만 발사대 파괴 실적은 미미했다.

이후 미군은 전략 자산 첨단화로 킬 체인을 고도화해 왔다. 킬 체인(Kill Chain)은 살상(Kill)과 순환체계(Chain)의 의미를 결합한 군사 용어로 타격순환체계 정도로 번역된다. 공격 의도를 보이는 적의 표적을 탐지하고 쏠까 말까를 결정한 다음 공격 후 제대로 맞았는지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미 공군은 현재 킬 체인 운용을 최대 30분, 적정 15분, 최소 10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공격 단계에 돌입한 적의 표적을 10분 내에 제압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첩보위성과 MQ-1 프레데터 무인기 등 최첨단 무기를 동원하고 있다.

한국형 킬 체인 논의는 2000년대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의로 우리 군의 독자적 지휘 체계가 필요해지면서 시작됐다. 당초 2015년 전작권 이양 목표에 맞춰 도입이 추진됐으나 전략 자산 취약성 등의 문제가 노출됐다. 그런데 북한의 핵 위협으로 킬 체인 필요성이 커졌고 현재 군 전략 자산 고도화의 핵심 목표가 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탐지·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북한 핵·미사일 공격 시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포함한 한국형 3축 체계가 현재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핵심 대응 전략이다.

북한이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성공을 발표하면서 우리 군의 킬 체인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북의 고체연료 엔진 ICBM 시험발사는 처음인데 액체연료가 연료 주입에 시간이 필요한 데 비해 사전에 장착해 둘 수 있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고 이동식발사대로 은닉도 쉬워 발사 징후 포착이 어렵다. 우리 군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반도에서 무력 경쟁이 가속화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우려마저 높아지는 것은 더더욱 걱정스러운 일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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