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에 안전하지 않은 나라, 관리체계도 구멍
국민 대다수 정부 예방 대책 불신
‘컨트롤타워’ 역할과 책임 다해야
우리나라가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3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동아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가 16일 발표한 조사 결과다. 이 역시 충격적이라 할 것인데, 더 주목해야 할 바는 우리 국민의 안전 체감도가 지난 몇 년 새 크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재난에 대한 인식과 준비 정도가 나아졌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3년 전엔 44%였는데 올해엔 31%로 떨어진 것이다.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요컨대, 대형 사고 등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재난에 대한 국가적 관리 체계는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우리나라의 사고 예방과 재난 관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사고 위험에 대한 숱한 사전 경고음은 무시됐고, 그 결과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으며, 그럼에도 진상규명이나 당국의 책임 있는 후속 조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다. 그런가 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산업 현장 곳곳에선 연일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다.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형편이다.
재난 관리 체계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의 배경에는 재난 컨트롤타워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4.7%가 재난 컨트롤타워로 대통령을 지목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장이나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10% 안팎에 그쳤고, 행정안전부장관이나 국무총리를 지목한 이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 재난 국면에서는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그 책임 또한 가장 크다고 다수 국민은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에 대통령은 과연 그 역할과 책임에 맞게 대처했는지 국민은 묻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9년이 지나도록 대다수 국민이 여전히 재난 걱정으로 불안해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국민 스스로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중앙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의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로서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진이나 화재 같은 큰 재난은 물론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산업 재해를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세월호나 이태원 같은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두터우면서도 촘촘한 안전 관리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