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라지는 해수욕장, 연안 난개발 방지 급하다
양빈 사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해안 일대에 완충 공간 있어야
부산 대부분의 해수욕장 백사장이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해수욕장 백사장 폭이 1970년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니 충격적이다. 해수욕장 하면 부산인데, 부산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전국 해수욕장 218곳의 침식 상태를 분석한 결과 부산에서는 해수욕장 9곳 중 7곳이 C등급(우려), 송정해수욕장은 D등급(심각)을 받았다. 해안가 백사장 면적이 줄어드는 침식 현상은 전국에서 부산이 가장 심각한데, 전국 평균(39.4%)보다 무려 배 이상이나 침식 위험이 높았다.
지구온난화 현상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 해수면 높이가 약 20cm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여러 나라가 다른 지역의 모래를 가져와 침식이 심각한 연안에 공급하는 양빈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에도 2013~15년 290억 원을 투입해 모래 58만㎥를 백사장에 붓는 양빈 사업이 진행됐다. 그 결과 백사장 폭이 80m까지 증가해 2015년 A등급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다시 63m 수준으로 줄어 C등급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근본적 대책 없이 실시하는 양빈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2019년 ‘정부가 20년 가까이 3000억 원 이상을 연안 정비에 투입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나 경제성 측면에서 미흡한 결과를 보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8년 이전만 해도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평균 침식우심률을 기록했다. 2013년 B등급을 받았던 송정해수욕장이 10년 만에 D등급으로 추락한 점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부산의 최근 급격한 백사장 침식 현상에는 다른 지역과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침식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해운대구가 진행하고 있는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연안 침식 실태 조사 연구용역’에서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대체적인 원인은 짐작이 된다. 11개 해수욕장이 있는 전북의 침식우식률은 0%다. 2018년 이전에는 양호했던 부산 해수욕장의 상황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된 것은 연안 난개발 외에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어렵다.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기만 하면 부산 해안가에 위치한 고층아파트와 상가에 초비상이 걸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프랑스 정부는 해안 침식 재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선정하고 보호가 필요한 연안 지역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니 부럽기만 하다. 부산은 연안 침식 문제를 사전에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연안 난개발을 진행했다. 연안 일대에 완충 공간이 있어야 모래도 머물 수 있는 법이다. 지금이라도 연안 난개발을 방지하고, 부산의 자랑인 해수욕장을 보존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많이 늦은 만큼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