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처우개선 절실” vs “단독개원 등 특혜 우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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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간호법 쟁점은

국회 본회의 상정 27일로 연기
간호사 “업무명시로 역할 정립”
타 직군 “개별법 난립 업계 붕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으로 오늘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는 간호사·전문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으로 오늘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는 간호사·전문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연합뉴스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간호법 제정안 상정 여부가 다음 본회의가 열리는 27일로 미뤄졌다. 간호법 제정을 놓고 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된 것뿐 아니라 여야의 대립도 첨예한 상황이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인력과 관련한 조항을 독립된 법안으로 만든 것이다.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의 역할을 보장하고, 간호사의 처우개선 등을 담고 있다.

간호법 제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으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간호법 제정 찬반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해봤다.


■단독 개원 가능 vs 가짜뉴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측에서는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간호사가 의사 감독 없이 단독 개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논란은 ‘지역사회’라는 단어에서 불거진 것인데, 간호법 제정안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측은 의료기관 밖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의 간호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려면 ‘지역사회’라는 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병원 밖 보건소나 소방서, 교정시설, 노인요양원, 어린이집 등에서도 간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간호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하는 활동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령화 등으로 인해 방문간호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지역사회에서의 간호 업무를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간호법은 부모 돌봄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는 법안에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간호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업무영역을 확대해 ‘단독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간호법이 제정되고 나면 개정을 거쳐 조금씩 권한을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단독개원을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간호협회는 “간호법에 포함된 간호사의 업무 규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다. 간호법이 통과돼도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없다. 간호법 제정되면 ‘단독 개원’할 수 있다는 것은 의사협회의 가짜뉴스”라고 받아치고 있다.

■처우 개선 절실 vs 간호사 특혜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호협회 측은 “간호법은 간호사가 간호사의 일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는 입장이다. 현재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의료 현장에서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모든 업무를 맡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간호법은 간호 인력의 처우개선 내용도 주요하게 담고 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간호사 등은 적정한 노동시간의 확보, 일·가정 양립 지원, 근무환경과 처우의 개선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와 같은 선언적인 조항이 포함돼 있다. 간호협회 측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숙련된 간호 인력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현실을 지적하며, 간호법 제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보건의료계의 의사·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방사선사 등 다른 직역의 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다. 간호법이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는 ‘간호 단독법안’이라는 것이다. 타직역군 13개 단체는 보건의료연대를 출범해 간호법 저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연대는 각 직역의 개별법이 난립할 경우, 직역 간 업무범위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의료인의 팀플레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타 직역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간호사들이 타 직역을 침범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보건의료연대는 “현행 의료법 및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 간호법안 대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그럼에도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무기한 단식투쟁뿐 아니라 총파업 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간호협회는 “처우개선은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간호법은 결코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거나 배제하려는 목적의 법률이 아니라 오히려 간호 직역의 업무와 역할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정립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반박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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