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모든 길, 모두에게 다니기 편한 길 됐으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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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담쟁이걷기대회

장애인·비장애인 1500여 명
휠체어 타고 무장애 길 함께 걸어
오가는 길 이동 문턱 여전히 높아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10회 담쟁이걷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편견을 날려 버리자는 의미를 담아 보라색 손수건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10회 담쟁이걷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편견을 날려 버리자는 의미를 담아 보라색 손수건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5일 오전 10시 40분 휠체어 바퀴와 흰 지팡이, 신발이 나란히 출발선에 섰다. 장애인 맞춤형 피트니스 팀과 함께 준비운동을 마친 이들의 얼굴에선 긴장과 설렘이 묻어났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며 신이 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김지율(29·수영구) 씨는 “평소엔 혼자 산책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건 처음이라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뒤 사회자의 안내에 맞춰 이들은 힘차게 바퀴를 굴리고, 지팡이를 뻗고, 첫발을 내디뎠다.

장애인 1000여 명과 비장애인 500여 명이 참여하는 제10회 ‘담쟁이걷기대회’가 1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APEC 나루공원에서 열렸다. 코로나로 인해 4년 만에 열린 행사엔 부산지역 장애인복지관 17곳이 참여했다. 꼬마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가 모였다. 4개의 장애 인식 개선 체험 부스가 운영되기도 했다.

비가 내릴 듯 흐린 날씨 속에서도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앞으로 나아갔다. 우비 사이로 밝은 색상으로 멋을 낸 이들이 비쳤다.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나오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중증 지체장애인 어머니와 바람개비를 든 30대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밝은 표정으로 웃었다. 어머니 용경숙(65·기장군) 씨는 “평소 가족이 외부로 나가는 일은 드물다. 각기 다른 장애 유형을 가진 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 나들이를 나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장애인을 응원하는 문구를 적어 담쟁이에 매단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참가자들이 장애인을 응원하는 문구를 적어 담쟁이에 매단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담쟁이 전시 존’에선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이곳엔 미술 체험을 통해 완성한 작품을 복지관마다 한 개씩 제출해 전시해 놓았다. 자신이 속한 복지관의 작품을 물끄러미 보던 중증 발달장애인 한승훈(29·수영구) 씨는 “역시 우리 복지관이 그림을 가장 잘 그렸다”며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장애 이해 정보제공 존’에서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숙지하고 행사 안내지에 있는 장애 이해 관련 문제의 정답을 맞히며 자연스레 서로를 알아갔다. 직장인 권수진(25·북구) 씨는 “SNS를 통해 참여 신청을 했는데 장애인에게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매년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완보 후 돌아가는 이들의 얼굴엔 뿌듯함과 아쉬움이 서렸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1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지 않고 이동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중학생 아들의 휠체어를 끌고 완주한 김재은(49·연제구) 씨는 “아이가 자라며 몸이 커지다 보니 자동차보단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힘들다”며 “비장애인 가족보다 일찍 출발해도 두 배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일찍 와서 구경하려던 계획이 틀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갈맷길 첫 완주자인 김 현(69) 씨는 “장애인이 다니기 쉬운 길이 곧 비장애인이 다니기 편한 길”이라며 “부산의 길이 하루빨리 모두가 다니기 좋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재영 부산장애인복지관협회장은 “행사를 통해 장애인들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의 중요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다”며 “무장애 길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면 부산도 장애인들이 장애 없이 다닐 수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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