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감염됐다면 무조건 제균 치료해야 하나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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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증 치료 Q&A]
무증상이거나 위암 가족력 없다면 제균 치료 필수는 아니야
기력 저하 등 약물 부작용 심할 땐 중단하고 의사와 상의를
제균 치료 한 달 후 요소 호기 검사로 제균 여부 확인하길


강성주 강내과의원 서강약손한의원 원장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내과의원 서강약손한의원 제공 강성주 강내과의원 서강약손한의원 원장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내과의원 서강약손한의원 제공

최근 건강검진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된 40대 A 씨. TV 광고를 통해 많이 접했던 이름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1차 제균 치료를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곧바로 2차 제균에 들어간 A 씨는 ‘또 실패하면 어쩌나’ 불안해졌다. 내과 전문의 겸 한의사인 강성주 강내과의원 서강약손한의원 원장의 도움말을 받아 제균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봤다.


Q.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왜 위험한가?

“우리나라 암 발생률 1위는 위암이다. 위암 원인 중 헬리코박터균은 1% 정도로 크지는 않다. 하지만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원인의 5배 정도까지 상승한다. 따라서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 특히 제균 치료를 하면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한 위암 발생을 99% 줄일 수 있다.”

Q.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특히 취약한 사람이 있나?

“한국인의 절반가량은 감염된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병률이 높은데, 유전자적인 소인이 있고 식습관과 연관이 있기도 하다. 또한 음주와 과음을 하면 감염 위험이 4~7배 정도 높아진다. 10대에서도 약 10%가 감염됐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이후 나이가 들수록 감염률이 증가한다. 어릴 때 감염되면 체내에서 없어지지 않고 감염 상태가 유지되고 함께 거주하는 가족도 감염될 수 있다.”

Q. 모든 감염자가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헬리코박터균이 있다고 해도 90% 정도는 무증상이다. 무증상이거나 위암 가족력이 없다면 제균 치료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제균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위·십이지장 궤양, 저위도 위말트림프종, 조기 위암의 내시경절제술 시행 후, 특발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 등이다. 이 외에도 위내시경에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을 발견한 경우, 잘 낫지 않거나 치료에 반응이 없는 식도염 환자, 심한 소화불량 환자, 흡연자는 제균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잦은 복통, 설사, 구취, 헛배 등의 증상이 잘 낫지 않는 경우에도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Q. 제균 치료를 시작했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헬리코박터균도 세균이므로 강력한 항균제 위주로 경구 투약을 한다. 항균제의 용량도 많고 두 가지 이상의 항균제를 동시에 투여하므로 컨디션이 좋을 때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복용 기간은 2주 정도이며, 비교적 일정한 시간에 투약해야 한다. 제균 치료는 즉각 필요한 것이 아니니 여유를 가지고 임하면 된다. 커피는 속 쓰림이나 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줄이는 게 좋다. 음주는 과식 위험이 있어 소화불량을 유발하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흡연은 기전이 명확하진 않지만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원인 인자에 속하므로 좋지 않다.”

Q. 항균제 부작용이 심하면 치료를 중단해도 될까?

“제균 약을 먹으면 구역, 구취 증상을 겪거나 쓴맛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속이 더부룩하고 꽉 찬 느낌도 흔하다. 흑색변, 묽은 설사, 혈변도 관찰되며 피부 발진 등의 면역 증상도 있다. 심한 경우 간장애와 신장애가 관찰되기도 한다. 속이 메슥거리고 쓰린 정도라면 복용을 지속해도 되지만 심한 설사, 탈수 특히 기력 저하가 발생하면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제균 치료 후 지질 대사,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등이 오히려 호전되기도 한다. 면역기능이 회복돼 비뇨생식기 계통의 증상이 좋아져 질염, 붓기, 피로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므로, 과음과 과로를 하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Q. 1차, 2차 제균에 모두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1차 제균 치료 성공률은 80% 정도이며, 2차 제균 치료에서는 90% 정도가 성공한다. 1차 제균에 실패했다면, 기저 질환과 컨디션을 보고 가능하다면 바로 2차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항균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보고 약제를 투여하면 제균율을 더 높일 수 있다. 2차 제균 치료에도 실패했다면 3차 제균을 시행할 수 있다. 3차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면 매년 추적 내시경을 받으면서 관리해야 한다.”

Q. 제균 치료를 끝낸 후 유의할 점이 있다면?

“제균 치료 후 한 달이 지나면 요소 호기 검사를 통해서 제균 여부를 꼭 확인하는 게 좋다. 제균이 잘 된 경우 헬리코박터균의 재감염률은 3%로 낮아진다. 제균 치료 후 위내시경을 하는 경우에는 요소 호기 검사보다는 추적 내시경에서 제균 여부를 파악하면 된다.”

Q. 헬리코박터균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면?

“손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용변 후엔 꼭 손을 씻고 음식 조리 시에도 손을 잘 씻어야 한다. 국과 찌개를 여럿이 함께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염증을 완화하고 균의 증식을 방지한다. 올리브 오일과 브로콜리는 항염증 작용이 있고 위산에도 잘 유지된다. 벌꿀과 강황도 좋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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