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책, 쉼 한곳에…다시 열린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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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개관한 근현대사 수난 현장
원형 보존한 채 복합문화공간 탈바꿈
근현대사 관련 도서 등 1만여 권 비치
모두에게 열린 작은 도서관·휴식 공간
12월 본관 개관하면 원도심 명소 기대

지난달 문을 연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1929년 건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 모태로, 도서 열람과 휴식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지난달 문을 연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1929년 건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 모태로, 도서 열람과 휴식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임시수도기념관 등에 이르는 부산 원도심 주요 명소의 중심에는 부산,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오롯이 품은 공간이 있다. 그런 질곡의 역사가 깃든 부산 중구 대청동 옛 부산근대역사관이 리모델링을 거쳐 최근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일제 강점기 한민족 수탈의 본거지에서 해방 후 미국이 점유하는 부산 미국문화원으로 쓰이는 등 부산 근현대사의 상징적인 공간인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역사관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시민들이 부담 없이 들러 책을 읽고 편히 쉴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추구한다. 새 단장한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부산 근현대사와 휴식을 찾아 떠나 본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바로 옆에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 리모델링 중이다. 오는 12월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으로 문을 열며 부산의 근현대사와 정체성을 보여 주는 전시 공간으로 특화된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바로 옆에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 리모델링 중이다. 오는 12월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으로 문을 열며 부산의 근현대사와 정체성을 보여 주는 전시 공간으로 특화된다.

■근현대사 질곡 품은 역사 현장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을 수탈하는 데 앞장섰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 모태로, 1929년 건립됐다. 해방 이후엔 부산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됐으며, 1999년 부산시로 귀속됐다. 2003년부터 2021년까지는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쓰이며 부산과 우리나라의 아픈 근현대사를 알리는 교육 공간으로 역할을 해왔다.

부산 미국문화원은 전시, 영어 교육, 문학 강좌 등을 통해 현대적 지식과 미국 문화를 보급하던 거점 시설이었다. 그러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미국이 신군부의 유혈 진압을 묵인·방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미 운동의 표적이 돼 1982년 3월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을 비롯해, 1986년 5월과 1991년 2월 반미 점거 농성 등이 발생했다.

부산시는 옛 부산근대역사관 건물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던 중 바로 옆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과 함께 리모델링해 부산 근현대사를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옛 부산근대역사관은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지난달 1일 먼저 개관했고,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으로 오는 12월 중순께 문을 열 예정이다.

별관은 도서 열람과 휴식의 공간으로, 본관(5개 층)은 최초 개항지 부산의 역사성과 해양 수도 부산의 정체성을 담은 전시 공간으로 특화한다. 피란 수도 부산, 산업화 시기의 부산, 민주화의 중심지 부산 등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꾸며진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과 카페·휴식·문화 공간도 마련된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입구는 두 곳인데, 야외 광장 쪽으로 난 입구로 들어가면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아치형 통로가 나온다. 별관 내부에는 아치형 통로와 공간이 많은데, 최초 건립 당시의 아치형 창호를 본떴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입구는 두 곳인데, 야외 광장 쪽으로 난 입구로 들어가면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아치형 통로가 나온다. 별관 내부에는 아치형 통로와 공간이 많은데, 최초 건립 당시의 아치형 창호를 본떴다.
1층과 2층 사이 슬래브를 걷어낸 공간은 개방감이 느껴지면서 아늑하다. 깔끔한 호텔 로비를 찾은 듯하다. 편안한 의자들이 놓여 있고, 별관 개관을 기념해 책들을 탑 모양으로 쌓은 ‘시민의 책탑’도 자리한다. 1층과 2층 사이 슬래브를 걷어낸 공간은 개방감이 느껴지면서 아늑하다. 깔끔한 호텔 로비를 찾은 듯하다. 편안한 의자들이 놓여 있고, 별관 개관을 기념해 책들을 탑 모양으로 쌓은 ‘시민의 책탑’도 자리한다.
슬래브를 걷어낸 공간에 있는 하얀색 둥근 기둥이 솟아 있다. 기둥에는 건물이 최초 건립될 당시 건물의 내진성 확보를 위해 철골철근콘크리트 공법이 사용됐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슬래브를 걷어낸 공간에 있는 하얀색 둥근 기둥이 솟아 있다. 기둥에는 건물이 최초 건립될 당시 건물의 내진성 확보를 위해 철골철근콘크리트 공법이 사용됐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1층 ‘부산 서가’ 공간에는 부산 근현대사 관련 도서를 비롯한 1만여 권의 도서가 들어차 있다. 문화 예술, 역사, 경제, 종교 등 주제가 다양하다. 누구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1층 ‘부산 서가’ 공간에는 부산 근현대사 관련 도서를 비롯한 1만여 권의 도서가 들어차 있다. 문화 예술, 역사, 경제, 종교 등 주제가 다양하다. 누구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1층 ‘특별 서가’ 공간에는 ‘부산의 책-시대의 감정, 지역의 얼굴’ 주제로 북 큐레이션 전시가 진행 중이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인 1950년~1955년 부산에서 출판됐거나, 부산이라는 지역을 다룬 단행본, 잡지 등 40여 권이 전시돼 있다. 희귀한 자료들로 당시의 시대상과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 1층 ‘특별 서가’ 공간에는 ‘부산의 책-시대의 감정, 지역의 얼굴’ 주제로 북 큐레이션 전시가 진행 중이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인 1950년~1955년 부산에서 출판됐거나, 부산이라는 지역을 다룬 단행본, 잡지 등 40여 권이 전시돼 있다. 희귀한 자료들로 당시의 시대상과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
1층에는 피란 수도 부산에서 인쇄된 교과서 8종이 전시돼 있다. ‘탕크’ ‘싸우는 우리나라’ 등 당시 국민학교 교과서 표제는 전쟁 중 필요한 국가관과 반공 정서를 교육했던 시대 상황을 보여 준다. 교과서는 인쇄된 교과서 낱장들을 부모가 실로 이어 만들었다. 전쟁 중에도 식지 않은 교육에 대한 열의를 잘 보여 준다. 1층에는 피란 수도 부산에서 인쇄된 교과서 8종이 전시돼 있다. ‘탕크’ ‘싸우는 우리나라’ 등 당시 국민학교 교과서 표제는 전쟁 중 필요한 국가관과 반공 정서를 교육했던 시대 상황을 보여 준다. 교과서는 인쇄된 교과서 낱장들을 부모가 실로 이어 만들었다. 전쟁 중에도 식지 않은 교육에 대한 열의를 잘 보여 준다.

■책 1만여 권 소장한 ‘작은 도서관’

별관은 최초 건립 당시 외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별관은 3개 층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었을 당시엔 2개 층만 있었고, 부산 미국문화원 건물로 사용되면서 리모델링을 거쳐 3개 층으로 바뀌었다. 부산시는 건축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1층과 2층을 나누는 슬래브(콘크리트 바닥 또는 천장)를 절반가량만 덜어내 개방감을 줬다. 슬래브를 걷어낸 공간에는 하얀색 둥근 기둥이 보이는데, 건립 당시 건물의 내진성 확보를 위해 철골철근콘크리트 공법이 사용됐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슬래브가 아직 남아 있는 공간에는 하얀색 철골 기둥이 있다. 이 기둥은 부산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될 당시 1개 층을 증축하면서 설치된 기둥이다. 부산근현대역사관 허미연 학예연구사는 “별관은 철골콘크리트 구조, 철골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세 가지 건축 방식이 복합적으로 사용됐는데 그런 예는 매우 드물어 건축사적 의미가 크다”며 “특히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는 1923년 일본 관동 대지진 이후 당시 흔했던 철근콘트리트 건축물의 부족한 내진성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이 발전시킨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별관 건물이 건립된 때는 서구 양식이 한창 도입되던 시기였다. 건물 곳곳에 난 아치형 창호, 외벽의 넝쿨형 부조, 연꽃 모양 부조 모두 그러한 예다.

슬래브를 들어낸 공간은 개방감이 느껴지면서 아늑하다. 깔끔한 호텔 로비를 찾은 듯하다. 편안한 의자들이 놓여 있고, 별관 개관을 기념해 책들을 탑 모양으로 쌓은 ‘시민의 책탑’도 자리한다.

슬래브가 남아 있는 1층 공간의 이름은 ‘대청 서가’다. 전체적으로 중후하고 차분한 색감으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 ‘부산 서가’ 공간에는 부산 근현대사 관련 도서를 비롯한 1만여 권의 도서가 들어차 있다. 문화 예술, 역사, 경제, 종교 등 주제가 다양하다. 한쪽에는 컴퓨터들이 놓여 있는데, 부산근현대역사관이 축적한 아카이브(책·사진·기록 등을 디지털화한 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다.

‘특별 서가’ 공간에는 ‘부산의 책-시대의 감정, 지역의 얼굴’ 주제의 북 큐레이션 전시가 진행 중이다. 북 큐레이션은 특정 주제에 맞는 책들을 선별해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도서 전시 형태다. 오는 6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1955년까지 부산에서 출판됐거나, 부산이라는 지역을 다룬 단행본, 잡지 등 40여 권이 전시돼 있다. 희귀한 자료들로 당시의 시대상과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

종군 작가들이 참여한 <전선문학> 잡지에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담겼다. 황순원의 단편 소설집 <곡예사>에는 피란민이었던 작가가 부산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원주민들의 비정함과 배타성이 담겼다. 곽하신의 소설 <시장삽화>에 나온 구절도 눈에 띈다. ‘사는 사람보다 팔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중략)국제시장에는 모두가 물건을 팔아야만 되는 사람들이었다’ 전쟁 중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며 시장에 나와 무엇이든 팔아 보려던 피란민의 모습을 그렸다. 김동리의 소설 <밀다원 시대>는 당시 피란민이었던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느낀 막막함과 시대 의식을 담고 있다. 부산근현대역사관 하은지 전시 담당자는 “전시된 자료는 대부분 가치가 높은 초판본이나 창간호”라며 “피란 수도 부산에서는 전쟁 중 다양한 예술가 직군들이 몰려들었는데, 전쟁으로 단절될 위기에 처했던 창작과 교육, 문화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 주고 재생시켜 준 부산의 역할과 위상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별관 2층(대청 마루)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부산 미국문화원 당시 1개 층을 증축할 때 만들어진 계단으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별관 2층(대청 마루)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부산 미국문화원 당시 1개 층을 증축할 때 만들어진 계단으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2층에는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치형 공간들과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쉴 수 있는 휴식 공간, 건물 신축 당시 아치형 창문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 등이 있다. 2층에는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치형 공간들과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쉴 수 있는 휴식 공간, 건물 신축 당시 아치형 창문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 등이 있다.
2층 천장에는 관동 대지진 이후 일제가 내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적용한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건축사적 의미를 보여 주기 위해 구조 내부를 과감히 노출했다. 2층 천장에는 관동 대지진 이후 일제가 내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적용한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건축사적 의미를 보여 주기 위해 구조 내부를 과감히 노출했다.
2층 공간 한편에는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건물의 건축 공법과 변천사 등을 보여 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 공간 한편에는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건물의 건축 공법과 변천사 등을 보여 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치형 휴식 공간 등 ‘쉼’ 있는 역사관

별관 2층인 ‘대청 마루’로 올라가는 계단은 부산 미국문화원 당시 1개 층을 증축할 때 만들어진 계단으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2층은 전체적으로 밝고 환한 색감으로 꾸며 휴식에 방점을 찍었다.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치형 공간들과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쉴 수 있는 휴식 공간, 건물 신축 당시의 아치형 창문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 등이 있다. ‘작은 서가’에는 여행, 유적 답사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이 꽂혀 있다. 별관 건물의 건축 공법과 변천사 등을 보여 주는 공간은 2층 한편에 최소화했다.

2층 천장에는 관동 대지진 이후 일제가 내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적용한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별관 건물의 건축사적 의미를 보여 주기 위해 구조 내부를 과감히 노출했다. 증축 당시 보강된 기둥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시민들에게 다시 돌아온 별관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부산근현대사역사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내방객의 약 25%가 청소년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이었다. 또 부산 원도심에 여행을 왔다가 들러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시는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주변 원도심 주요 명소 등과 연계한 활용 방안도 고민 중이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이 개관하면, 전시에 특화되는 본관과 도서 열람과 휴식이 주가 되는 별관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원도심의 핵심 관광 명소와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별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연휴에 월요일이 포함돼 있으면, 연휴 마지막 휴일 다음 날 휴관한다. 관람료는 없다. 책은 관내에서만 읽을 수 있으며 대출은 안 된다. 부산시 공공 와이파이도 사용 가능하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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