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육성 15년… 젊은 무용인 해외 진출 플랫폼 ‘우뚝’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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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21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
3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김유미·최재호·한지원 3인
결선 진출 안무가 작품 경연

행사 뒤 국제교류 라운드 테이블
비전 모색 ‘열린 토크 무대’도

AK21 결선에 오른 안무가인 김유미의 전작 '윤회매십전.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AK21 결선에 오른 안무가인 김유미의 전작 '윤회매십전.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AK21 결선에 오른 안무가인 최재호의 전작 '결과'.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AK21 결선에 오른 안무가인 최재호의 전작 '결과'.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AK21 결선에 오른 안무가인 한지원의 전작 '내게 남은 [ ]'.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AK21 결선에 오른 안무가인 한지원의 전작 '내게 남은 [ ]'.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역량 있는 안무가와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2009년 시작한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운영위원장은 “(무용)축제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만큼 (춤)유통은 중요하다. AK21이 축제 규모는 작아도 한국의 젊은 무용 창작자들이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일을 15년 전부터 시작한 전 운영위원장들의 혜안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실제 AK21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소개된 한두 작품은 해외의 저명한 춤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AK21 프로그램이 해외 진출의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오는 30일 오후 6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2023 AK21 안무가 육성 경연 결선 진출 무대를 마련한다. 결선에 진출한 3인 안무가 작품과 지난해 최우수 작품에 선정된 축하 공연이 소개된다. 이어 5월 1일엔 결선 참가 안무가와 슬로베니아·싱가포르에서 내한하는 해외 심사위원과 함께하는 ‘국제교류의 미래에 관한 전망’이라는 주제의 라운드테이블이 열린다. 여기서는 주로 결선 안무가들에 대한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멘토링을 진행한다.

2023 AK21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은 지난해 8월 전국 공모와 함께 일찌감치 시작됐다. 10월 공모를 마감한 직후에는 1차 서류와 비디오 심사 결과가 발표됐고, 올 2월엔 2차 본선 쇼케이스(15~20분) 심사를 거쳐 결선에 진출한 최종 3인의 안무가 작품이 선정됐다. 이달 30일 공연이 마지막 경연인 셈이다.

30일 결선 경연 참여 안무가는 김유미, 최재호, 한지원이 선정됐다. 출연진은 규정에 따라 5인 이상으로 꾸렸다.

김유미는 ‘BURN’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모티브로 헛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몸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김유미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물음, 상상과 현실의 경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삶을 대하는 나를 반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재호는 ‘꽃은 지지만 그 향기는 오랫동안 자리에 머문다, Part 2’를 공연한다. 최재호는 “지난날에 대한 기억, 돌이킬 수 없는 순간, 그리고 지금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춤에 담는다. “그때가 좋았어. 그때는 뭐든지 할 수 있었지. 겁이 없을 때야”라고 말하던 순간으로부터 지금에 이른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한지원은 ‘무아몽’을 준비했다. 세상에서 유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춤으로 그려낸다. 한지원에 따르면 그들을 외면한 세상을 스스로 버리고 유기인(遺棄人)이 되기를 자처한다. 이제 회색 도시에서 도탈해 그들을 행복의 지경으로 이끌었던 무아몽을 꾸며 그곳에서 깨어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경선인 만큼 안무가의 소속이나 출신, 이력, 나이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신진 무용가 발굴의 한계를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지지난해부터 참가자의 나이 제한을 없앴다. 이에 따라 올해는 20~40대 안무가가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제한을 없앤 것은 꾸준하게 활로를 찾는 창작자에게 좋은 작품 제작 기회를 주기 위한 주최 측의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이전 수상자라도 다른 작품이면 도전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은 것도 같은 취지다.

한편 3차 경연을 마친 직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AK21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의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열린 토크 무대’가 마련된다. 15회까지 이어 온 프로그램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선에 오른 3인은 물론이고 역대 수상자 3명도 함께 참석해 창작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한편 AK21 프로그램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AK21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등 미래 비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는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정건 안무가의 ‘에고 내비게이터(Ego Navigator)’가 폴란드 자비로바냐 무용축제에, 우수상을 받은 김병규 안무가의 ‘거리 두기’가 미국 시애틀 현대무용 축제에 각각 초청돼 한국 신진 무용 안무가들의 기량을 세계 무대에 선보였다.

공연은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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