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직접 돈 뿌린 정황’ 녹취록… ‘돈 봉투 의혹’ 일파만파
“영길이 형 많이 처리” 녹취 언론 공개
송 전 대표 “모르는 일” 해명 정면 배치
당 지도부·비명계 “도덕성 흔들” 비난
친명계 “대통령 지지율 국면전환용” 해석
국힘, 송-이재명 대표 연결고리 제기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직접 돈을 뿌린 것으로 해석되는 녹취가 공개되자 당 지도부에서도 송 전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선 여전히 “국면전환용 수사”라며 검찰을 비난하는 모습이다.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의혹에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의 녹취가 지난 18일 공개되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르는 일”이라던 송 전 대표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난 탓이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에는 “영길이 형(송 전 대표)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처리를 많이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자기가 다니면서 조금 준 것”이라며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라는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이처럼 구체적인 연루 정황이 드러나자 당 지도부에서 송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명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돈을 주거나 받은 게 아니라면서 왜 녹취록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냐”면서 “도대체 송영길 캠프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그런 말들이 들어가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돈 봉투 의혹 관련 송 전 대표를 직접 비난한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도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처했고 그간의 정당 혁신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라며 “송 전 대표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당원과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녹취가 계속 공개되면서 사실상 여론의 판단은 끝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녹취록 내용이 노골적”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지만 국민들의 판단은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기 귀국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했는데도 귀국을 미루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직 대표로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친명계에선 여전히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 핵심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로비스트를 자처하고 이권에 개입했던 것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녹취 내용과 그 사람의 진술을 그대로 다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윤석열 정부가 국정난맥으로 지지율이 폭락하자 국면전환용으로 이걸 터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 300만 원 때문에 당대표 후보 지지를 바꿀 가능성은 작고 50만 원은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연결’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송영길 후보를 지원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여러 과정을 보면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연결고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거론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대표, 당을 구렁텅이에 빠트리고도 한가롭게 파리에 머무는 송 전 대표”라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