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화셔터 끼임사고 그 후…“서홍이는 4년간 누워 있는데 학교는 책임 떠넘기기”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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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해 영운초등 목끼임 중상
뇌 손상·사지마비로 24시간 돌봄
월 300만 원 넘는 병원비 부담 커
“교사들은 흩어졌는데 우린 제자리”
제2의 서홍이 막는 대책 절실

2019년 경남 김해서 발생한 ‘학교 방화셔터 끼임 사고’로 중상을 입은 홍서홍 군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재활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서홍 군. 이경민 기자 min@ 2019년 경남 김해서 발생한 ‘학교 방화셔터 끼임 사고’로 중상을 입은 홍서홍 군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재활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서홍 군. 이경민 기자 min@

“우리 서홍이는 참 예쁘게 말하는 아이였어요. 늘 먼저 와 따뜻하게 절 안아주곤 했어요.”

2019년 9월 30일. 이길예(40) 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경남 김해 영운초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아들 서홍이가 등교 시간 갑자기 내려온 교내 방화셔터에 목 부분이 끼이면서 중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함께 있던 형이 다급하게 선생님을 찾았지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방화셔터는 학교 직원이 방화문 버튼 하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안전 조치 없이 작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시 교사들은 모두 ‘학생 맞이’ 행사로 학교 밖에 있었다.

현재 서홍이의 상태는 갓난아이와 같다. 의사 소견서에는 심한 인지기능 저하, 사지마비, 독립 보행 불가, 위루관(뱃줄) 통한 영양공급, 전실어증 등이 적혀 있다. 원인은 ‘저산소성 뇌 손상’이다. 24시간 돌봄과 재활치료가 필요해 김해의 한 재활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사고 이후 3년 반 동안 서홍이의 키는 20cm가량 자라 이제 150cm가 됐다. 하지만 근력 손실 때문인지 몸무게는 크게 늘지 않았다. 올해 6학년이 됐지만 스스로 일어서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는 서홍이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 씨는 “처음엔 의식도 없었다. 지금은 가끔 웃어주기라도 하니 정말 다행”이라며 “병원에서는 인지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나와 남편은 서홍이가 알고 웃어주는 거라고 믿는다. 안 될 거란 걸 알면서도 ‘엄마’하고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 크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는 앞으로 맞서야 할 현실의 벽이 더욱 막막하고 걱정이다.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병원비 급여 부분과 간병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서홍이네가 매월 부담하는 비용이 300만 원이 넘는데,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성금은 거의 바닥이 났다.

이 씨는 아직도 아이에게 ‘가정’ 다음으로 안전을 보장해줘야 할 ‘학교’에서 이렇게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교내에서 등교 시간에 학교 직원의 부주의로 다쳤는데도, 그 고통은 오롯이 피해 학생 가족의 몫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씨는 “서홍이 사고를 떠올리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지난해부터는 우울증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남편과 함께 나머지 두 아들도 지켜야 해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며 “큰아이는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동안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또 “서홍이는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데, 그거에 비하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른들의 안일한 판단이 아이들을 위험하게 만든다. 안전사고 관련 법을 강화해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절대 제2의 서홍이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그날 사고와 관련한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학교 시설관리자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소방 관리자인 행정실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 씨는 “시설관리자 등은 교육감과 교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법원까지 가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로 책임을 안 지려는 모습이 너무 한탄스럽다”며 “사고 후 교사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다. 우리 가족만 이렇게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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