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버린 35만 명… 외신도 놀란 한국 ‘은둔형 외톨이’ 실태 [코리아 리포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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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지원 정책에 관심
생활비 등 월 최대 65만 원 지급
노동력 부족 해결 방편 관점도
일본서 1인 비용 1억 5000만 엔
“회복 과정에 오랜 시간 소요돼
단시간 내 사회 진입은 역효과”

최근 외신은 ‘은둔형 외톨이’에게 월 최대 65만 원의 생활비와 치료비 등을 제공하는 한국 여성가족부의 지원정책을 보도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그린 영화 ‘기동전사행진곡’의 한 장면. 픽코드필름 제공 최근 외신은 ‘은둔형 외톨이’에게 월 최대 65만 원의 생활비와 치료비 등을 제공하는 한국 여성가족부의 지원정책을 보도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그린 영화 ‘기동전사행진곡’의 한 장면. 픽코드필름 제공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은둔형 외톨이’이라고 한다. 한국 여성가족부가 지난 11일 은둔형 외톨이에게 월 최대 65만 원의 생활비와 치료비, 학업 비용 등을 제공해 사회로 다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을 발표하자 외국 언론도 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부 외신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 정책이 한국의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의 취업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약 35만 명이 수개월간 ‘집콕’

외신은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를 인용하며 한국에 있는 운둔형 외톨이 규모에 놀라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나 13일 보도에서 “한국에서 19세에서 39세까지의 약 3%에 해당하는 약 35만 명이 외로움이나 고립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 문서에 따르면 소외된 청소년들은 불리한 환경 속에 있으며 이들의 40%는 청소년기에 쇠퇴적인 삶을 시작한다”고 썼다. 가디언은 “어떤 청소년은 가정 내 폭력으로 우울증을 겪은 뒤 후퇴적인 삶을 살고, 또 다른 청소년은 가족이 파산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고 전했다.

외신이 언급한 것처럼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사회와 담을 쌓아버린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학교 또는 가정폭력 여파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사례도 흔하다. 특히 가정 폭력은 피해자를 위축시키면서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학교 등 사회에서의 대인 관계도 망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졸업 뒤 취업을 하더라도 동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자 아예 세상과 단절된 삶을 선택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부산일보〉에 “은둔형 외톨이 1명이 청년기에 경제 활동을 단념해버리고 은둔을 장기화하면 복지급여 수급 증가로 이어져 국가 부담이 커진다”며 “은둔형 외톨이 1명당 15억 원 정도의 사회적 부담이 생긴다는 계산도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이 언급한 15억 원이라는 사회 비용은 일본에서 도출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청년 한 명이 만 25세부터 65세까지 납세를 하지 않고 사회보장을 받을 경우 1억 5000만 엔(약 15억 8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몇몇 외신은 한국 정부의 은둔형 외톨이 지원 정책이 노동력 부족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에 “이 정책은 근본적으로 복지 정책”이라며 “노동 연령 인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여기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서 악화된 ‘히키코모리 신드롬’

‘히키코모리 신드롬’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한국보다도 일본에서 더 심각한 문제였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 일본 정부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150만 명의 취업 연령 인구가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20%는 코로나19 탓에 스스로 격리된 삶을 선택했다”면서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의 15~64세 인구 중 2%를 차지한다”고 상세히 전달했다.

일본에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처음 발견된 지 20~30년가량 흘렀고, 학술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한국 또한 유사한 문제점이 발생하자 일본의 해결책 등을 참고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현재 일본에서도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한때 일본의 청소년·청년 세대에서 발견됐던 은둔형 외톨이가 현재는 40~50대의 문제로 악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40~50대 중년이 80대 부모가 사망했음에도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며 “일본에서 펼쳐왔던 정책들이 효과적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은둔형 외톨이 현상을 극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취업 위주로 이들을 빨리 사회에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지양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는 취업까지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인데 회복 과정을 무시한 채 취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은둔형 외톨이들도 일하고 싶어 하지만, 대인 관계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본인 탓으로 돌리는 특징이 있다.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만들 때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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